[앵커]
오늘은 초복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았는데요. 7월과 8월 삼복더위가 오면 어김없이 불거지는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보신탕, 개식용을 둘러싼 논쟁이죠.
올해도 개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찬성하는 육견협회 등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장규석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죠.
[앵커]
개고기 식용 논란은 사실 좀 오래됐죠.
[기자]
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이 항의를 많이 했다고 하구요. 그래서 정부가 개고기 집을 서울 외곽으로 많이 옮겼다고 하고, 이름도 사철탕 이런 식으로 모호하게 바꾼 것도 이때부터라고 합니다. 공무원들한테 개고기 먹지말라고 공문도 내려오고 그랬다고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월드컵 유치하려면 보신탕 먹지말라고 편지를 보냈다는 일화가 유명하죠.
그동안은 개식용 논란이 해외동물보호단체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2010년과 20년대로 들어오면서는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개식용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2년 전이죠 2021년에는 농림식품축산부 주도로 '개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정식 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이 위원회 운영은 원래 2022년 4월에 종료되는게 목표였는데요. 지금도 이 기구가 운영 중입니다. 정부 공식기구로도 논의를 마무리 못했다는거죠.
[앵커]
최근에 서울 시의회에서도 개식용 금지 조례가 발의됐는데, 이것도 무산됐어요.
[기자]
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김지향 시의원이 개식용 금지 조례를 주도했는데요. 개고기를 취급하면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보면 개나 고양이 고기는 식품에 포함이 안돼 있어요. 그래서 식품이 아닌걸 판매하거나 조리하면 법 위반이 됩니다. 식품위생법에는 지자체장에게 과태료 규정을 위임해놓은 조항이 있는데요. 이걸 근거로 서울시장이 비위생적으로 개고기 파는 식당에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자. 대신 1년 유예기간을 주고 업종변경이나 이런걸 할 수 있게 지원하자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조례안이 통과는 못했어요. 그 전에 의견수렴하는 공청회 같은 게 있었는데 육견협회에서 반발이 컸던 걸로 알려졌구요.
또 국회에서 지금 개식용 금지 조항을 넣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여야 양쪽에서 올라가있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이게 논란이 마무리가 안되니까 상위법인 특별법으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상위법 개정이 논의중인데 조례가 먼저 앞서나가기도 그렇다 해서 조례안은 일단 부결이 됐습니다. 하지만 김지향 시의원은 오는 8월에 또 조례안 내겠다 하면서 의지를 꺾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건데요. 사실 오늘도 개식용 반대 집회가 열렸어요.
[기자]
네 오늘 낮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동물활동가연대라는 곳에서 개식용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요.
아무래도 초복날이다보니까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이번 복날에도 못 지켜줬다 이런 식으로 좀 감정이 북받치는 그런 모습도 보였습니다.
매번 개식용 금지 논의가 나왔다가 다시 시들해지고, 법안도 올라오긴 하는데 통과는 못하고 그러면서 분노가 많이 쌓인거 같았는데요. 현장 목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전국동물활동가연대 이용녀 대표]
"이미 20대 국회 때 217개 동물보호법, 21대 국회 때 118개. 어떻게 하나도 통과 안 시켜…"[기자]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에 개식용 반대 발언을 하고, 지난 7일에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가인 제인구달 박사를 만나서도 개식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하면서 다시금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시흥 불법 개도살장(왼쪽)·지난 8일 서울 도심서 개고기 먹는 대한육견협회 회원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연합뉴스 [앵커]
하지만 개고기를 먹을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개 농장이나 개고기 도축업체, 또 보신탕 음식점 업주 등은 개식용은 개인의 자유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걸 못 팔게 막는건 직업선택의 자유 박탈이다 이런 논리입니다. 대한육견협회 손원학 사무처장의 말 들어보시죠.
[대한육견협회 손원학 사무처장]
"음식은 기호고 취향이지 않습니까? 그거는 개인의 선택이지, 제3자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전혀 아니고 특히 국가가 그걸 관리 또는 관여를 할 수가 없죠."
[기자]
육견협회는 오히려 동물보호단체들이 막대한 후원금 때문에 복날만 되면 논란을 키우면서 개고기 반대 운동에 나선다 이런 음모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유튜브 생중계 켜놓고 농장을 마구잡이로 찾아가서 농장주를 괴롭히고, 민원도 넣고요. 개고기 업계 종사자들이 대부분 노인들인데 이런건 폭력 아니냐 이런 항변을 하기도 하는데요.
개식용 찬성 입장에서도 감정이 많이 쌓인 상탭니다.
지난 주말에 종로 보신각 인근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식용 반대 집회를 하는 맞은편에서 육견협회 회원들이 개고기 시식을 했구요. 몸에 좋은 보양식이라고 시민들 상대로 길거리 홍보까지 하는 그런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회적 논의기구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식용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1156개 농장에서 52만여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 개고기를 파는 음식점은 전국에 1666곳으로, 연간 38만8천마리가 식용으로 소비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개식용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통과 소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런 과정에서 개식용 찬성 반대 진영 모두 감정이 쌓일대로 쌓인 상탭니다.
정치라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복날에만 반짝하고 논의가 올라왔다가 다시 사그러드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수십년 해묵은 이 논쟁을 종식시켜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