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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자신감↑…나를 돌아본 인생 첫 마음건강상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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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부서울청사 공무원마음건강센터에서 상담
"마음 안정돼 있는 편, 미래 고민 현실적, 아내분과의 소통 방안 더 찾아야"
전국 8개 공무원마음건강센터, 상처받고 지친 공무원 심리 치유

서울정부청사 내 공무원마음건강센터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서울정부청사 내 공무원마음건강센터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과학의 발전이 눈부시지만 불안이 많은 시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지만 늘 많은 고민과 상처 속에서 살아간다.

'회사 퇴직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를 자주 되뇌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막상 회사 다닐 시간이 3년이 채 안된다고 생각하니 진짜 귀촌하는 게 맞는지, 아내는 가지 않겠다고 할 것인데 혼자라도 가서  짜증 많으신 아버지를 모시며 사는 게 맞는지,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할지 등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기타 '즐겁게 열심히 살자'가 인생 모토였음에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이 많고 자연스레 주어진 여유 시간이 좋다가도 퍼뜩 나는 누구이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 6일 취재 겸 인사혁신처가 기회를 준 서울정부청사 내 공무원마음건강센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고등학교 때의 진로상담과 몇번 했던 의사와의 진료상담 외에 난생 처음하는 정신건강 및 인생 상담이었다.

앞서 심리검사 및 진단을 위해 140여개 질문 리스트에 체크하고 김계순 상담사님(센터장)과 대면했다.

온화한 표정의 상담사는 이미 성향을 파악한 듯 "기자신데 직업을 잘 고르신 거 같아요. 성향이 딱 맞아 보입니다"라고 했다.

체크리스트 분석을 통해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뭔가 일(마감시간)이 닥쳐야 집중해서 하는 습관이 있고, 구속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향이라는 것을 파악한 듯했다.

이어진 질문은 지난 1주일간 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주말에는 무엇을 했는지,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편안하다고 느낀 때는 언제였는지 등이었다.

질문이 많지 않아 8대2 정도의 비율로  기자의 답이 많았던 것 같다. 주말에 고향 시골마을에서 대추밭 풀 깎느라고 힘들었다는 얘기를 포함해 정년 퇴직 후 삶에 대한 기대와 우려, 웬지 늘어가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까지 주절주절 온갖 말을 쏟아내게 됐다.

한 시간 가까운 상담을 통해 느낀 것은 상담사들은 특별히 무엇을 코치하는 것보다는 얘기를 듣는 것으로 또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게함으로서 불안이나 스트레스, 우울감을 줄여주고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내게 내려진 결론은 다행히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에도 적절한 현실감이 있다는 것, 아내와는 더 소통 노력을 하라는 것이었다.

비교적 만족할만한 상담 결과였다.  끝나고 난 뒤 약간 허탈한 마음도 들었다. 뭔가 나도 질문을 더 할게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상담사의 말이 그저 나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던 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생애 첫 정신건강 상담은 좋았다. 의기소침과 웬지 모를 불안, 막막함 등이 좀 완화되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새로 생기는 느낌이었다.

공무원 생활 힘들어요…연간 수만명씩 상담 신청 


공무원 마음건강센터의 모습. 인사혁신처 제공 공무원 마음건강센터의 모습.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는 이용 대상은 공무원 및 그 가족이다.

집단상담과 개인상담 및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공무원의 마음건강과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전국 8개 정부청사 내 9곳에 설치돼 있다.

2020년에는 2만852명이 2021년에는 3만4천명, 2022년에는 2만7천533명이 마음건강센터를 찾았다.

조직 갈등과 직무 스트레스, 조직 적응 및 직장 내 괴롭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개인 성격 문제, 가족관계 갈등 등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한 공무원은 "직원 간 갈등과 승진 지체로 우울과 불안 증세가 심해져 자살 충동까지 느낄 정도였는데  상담을 받으며 동료나 상사와도 상처받지 않는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돼 정서적으로 안정가마과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로힘을 당했던 다른 공무원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상담을 통해 자신과 성격과 성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지금은 심리적으로 안정돼 업무처리면에서도 향상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마음건강센터를 총괄하는 구혜리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정책담당관은 "개인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한 달이 걸릴 정도로 센터 인기가 높다"며 "그만큼 심리적으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마음건강센터를 찾은 공무원을 연령별로 보면 40대와 30대가  각각 29%대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17.8%, 20대 13.2% 순이었다.

상담내용은 개인문제 42.7%, 직장문제 38.3%, 가정문제 19% 순이었다. 또 직장에서 비롯된 상담 유형은 직무스트레스가 65.9%로 가장 많았고 조직 내 갈등 21.8%, 업무과부하 7.8%, 인사·조직 3.2%, 업무환경 1.3%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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