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하다 보행자를 친 뒤 달아나는 A씨 차량. 부산경찰청 제공부산에서 무면허 음주 운전하다 뺑소니친 뒤 회사 직원을 가짜 운전자로 내세우기까지 한 30대 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운전자가 수차례 음주 운전한 전력을 고려해 차량을 압수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김병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 운전),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A(30대·여)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 35분쯤 부산 남구 용호동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다가 B(50대·여)씨를 들이받고 달아난 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에게 대신 운전한 것으로 허위 진술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으로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였다. 사건 당일 부산 수영구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신 A씨는 이번에도 차량을 몰고 거리로 나섰다가 택시를 잡기 위해 길에 서 있던 B씨를 들이받았다.
차량에 치인 B씨는 전치 12주의 요추 골절상 등을 당했다. 그런데도 A씨는 쓰러진 B씨를 상대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음주 운전하다 보행자를 친 뒤 달아나는 A씨. 경찰청 유튜브 캡처
당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출근한 A씨는 사무실에서 직원 C(20대·여)씨에게 "네가 운전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잠시 뒤 경찰이 사무실로 찾아오자 C씨는 자신이 사고 차량 운전자라고 허위 진술했다.
경찰은 C씨 진술에 수상한 부분이 많은 점을 포착하고 A씨를 추궁했지만, A씨는 허위 진술을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추가 수사를 위해 A·C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에 대한 압수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SNS 대화 내용 보존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직접 영장 신청서에 압수대상 정보와 대상 기간을 다시 특정하고,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핵심 증거인 사고 직후 A씨가 직원 C씨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부탁한 대화 내용이 발견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송호재 기자
A씨가 뺑소니치는 바람에 현장에서 음주측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도 음주운전 혐의로는 입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주점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음주량을 확인했고,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43%였다는 점을 밝혀내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소유한 벤츠 승용차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 조치했다. A씨는 지난 2월 음주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의 재범 우려가 크고 3차례 음주운전이 모두 같은 차량을 이용한 범행인 점, 음주운전 사건에서 자동차 몰수를 선고한 판례 등을 바탕으로 법원에 압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끝에 차량을 압수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앞으로도 상습·중대 음주운전 사범에 대해 차량 압수와 몰수 구형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 지속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