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직원들이 폐원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백병원이 결국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 용도로 지정해 상업개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적으로 폐원을 막지 못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제안한 폐원안을 의결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체 교직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폐원 이후에는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병원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 이후 지난 20년간 누적적자가 1745억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지속적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아, 그동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대책 마련을 주도해왔다.
이날 이사회에서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복수의 방안을 제시했고, 결국 이사회는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한 것.
문제는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대형병원이 없어지면, 의료대응에 큰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서울 중구의회는 전날 "도심 내에서 대규모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응급수술이 불가능하고, 또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도 신속대처가 불가하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병원 측에 폐원결정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이 "서울백병원은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이라고 지칭하면서, "지역사회에대한 소명을 가지고 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폐원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 서울시는 인제학원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중 '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폐원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구청에서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제출하면 시가 열람공고 등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즉각적인 절차 이행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상 용도가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해당 부지에는 병원 외에는 다른 용도로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된다.
시는 또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종합병원 부지는 임의 매각이나 용도전환을 할 수 없도록 교육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유휴 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규제를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의 초강수에도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을 그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인제학원은 부지와 건물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추후 별도로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병원측과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서울 백병원과 서울시, 중구청 등 관련 기관간 긴밀한 협력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제학원 측은 아직 서울시로부터 관련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앞으로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