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 폭염 특보가 발효된 19일 정오 무렵, 서울 도심에서는 내리쬐는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체감온도 30도가 넘는 날씨에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 주변으로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불볕더위를 피할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올해 서울의 첫 폭염주의보는 작년보다 일주일 빠른 18일 발효됐다. 첫날 서울 낮 기온은 34도까지 오른데 이어 이날도 35도로 치솟아 평년 이맘때 최고기온 29도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거리 근처를 지나던 이건희(29)씨는 "원래 더위를 잘 안 타는데 (오늘은) 너무 덥다"며 "카페로 피신할 정도로 오늘은 아침부터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때이른 '찜통더위'에 예년보다 일찍 에어컨을 틀었다는 이씨는 "어제 밤에는 에어컨을 안 틀면 못 자겠더라"며 "벌써 더운데 7~8월 되면 더위에 습하기 까지할 것 같아 올 여름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팔토시를 끼고 야외작업을 하던 건설노동자 조동진(70)씨는 "(야외) 작업자들은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너무 더워서 (에너지) 소모량도 많다"며 "(더위가) 빨리 온 것 같다. 올 여름이 더 덥다고 하던데…"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연합뉴스
실내로 피할 수 없는 야외노동자들은 벌써부터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요구르트 배달을 하는 김미라(64)씨는 "벌써부터 한여름 같이 더워서 어제(주말)에는 집에만 있었다"며 "오늘은 돌아다니니까 땀이 줄줄 흐른다"며 잠시 숨을 고르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김씨는 "저희 같이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날씨탓을 할 수가 없다"며 "보호장구를 갖추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배 배달기사 정호형(46)씨는 "여름에는 많이 지치고 땀이 많이 나서 탈진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더위를 달래기 위해 얼음물을 2~3개씩 갖고 다닌다고 했다.
아스팔트 위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이던 야외노동자 김재창(59)씨는 "날씨가 오전부터 30도 정도 됐는데 오후에는 더 더울 것"이라며 "근로자들은 지금 죽을 맛이다. 얼른 일 끝내고 오후에는 좀 쉬고 그래야 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른 폭염에도 서민들은 전기요금 걱정으로 에어컨이 있더라도 불볕더위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대문역 인근 그늘에서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고 호출을 기다리던 배달노동자 임수빈(50)씨는 "어제 더워서 못 잤다"며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에어컨을) 크기가 작은 아이 방만 틀고, 거실은 커서 못 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