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지원법 관련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의원들. 연합뉴스여야가 학자금 대출 이자 감면을 비롯해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는 정책을 나란히 제시하면서 지원 범위 등 세부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 정당이 없다"는 20대 무당(無黨)층을 염두에 두고 팽팽한 전선을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야는 우선 공통적으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의 이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위를 두고는 온도 차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학자금상환법) 개정안에 따르면, ICL 이자 면제 대상은 원리금 상환 이전, 상환 중 폐업·실업·육아휴직 등으로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환 유예가 불가피한 경우에까지 적용된다. 기존 이자 면제 대상인 군 복무 기간, 기초생활수급가구와 차상위계층, 다자녀가구의 재학 기간 등에서 확대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자 면제가 학자금 지원 구간 상 '8구간(2023년 1학기 기준 월 소득 인정액 1080만 원) 이하'까지 적용되는 셈이다.
여당은 "포퓰리즘 입법"이란 공세를 이어갔다. 회의록에 따르면, 교육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당시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은 4인 가구 월 소득이 1천만 원이 넘는 가구의 청년들까지도 이자를 면제해 주게 돼 있다. 그럴 재정이 있다면 저소득층이나 자립청년 등 어려운 가구의 청년을 더 지원하는 게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8구간의 소득 1천만 원은 실질소득이 아니라 월 소득에 자산을 더하는 복잡한 계산식을 통해 정부가 산출한 소득 인정액"이라며 "실제 8구간의 소득은 지난해 2학기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527만 원 정도"라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이같은 이자 면제 시 추가 소요 예산으로 올해 844억을 비롯해 2032년까지 10년간 모두 8321억 원이 필요할 거란 추계 결과를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데 대해서도 후속 논박이 이어졌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추계의) 근거가 되는 연구용역 자료는 2010년 발표된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 처음 시행된 2010년 1학기 이자율은 5.7%로, 올해 1.7%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며 "2012년부터 지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의 지급액과 보장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학자금 대출 수요가 줄어든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나치게 오래된 자료로 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교육부에 재확인한 결과, 현재 금리 1.7% 수준에서 이자 면제 소요액을 따져보더라도 연 870억 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반박했다. 늘어난 수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여권이 내놓은 건 한발 더 나아간 '맞불'이었다. 당정은 지난 13일 △ICL 이자 면제는 중위소득 100%(5구간) 이하 가구에 한정(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졸업 후 면제 기간 설정) △국가장학금 확대(4~6구간 중간계층은 국립대 등록금 수준인 420만 원 수준 이상으로 지원) △근로장학금 확대 △저리 생활비 대출 한도 추가 인상 등 '패키지'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를 민주당에 역으로 제안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비용 등은 차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 교육특위는 "ICL 이자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로 한정한대도 연간 약 450억 원으로 이미 민주당 안의 절반이 넘는 예산이 든다. 더욱이 근로장학금은 장학생 1만 명당 25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국가장학금, 생활비 대출 확대와 함께 구체적 인상 규모와 예산, 지원 인원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결국 (민주당의) 학자금상환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공격과 수세를 넘나드는 여야의 엎치락뒤치락 '대학생 지원 싸움'은 사실상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20대 무당층' 민심 공략의 신호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만 18~29세 121명에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응답자 46%가 '무당층'을 자처했다. 이 연령대에서 국민의힘은 16%, 민주당은 33%의 지지율을 얻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8.9%P, 무선 95%, 유선 5%,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은 9.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연령대별 분류에서 가장 큰 수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까지 청년층 민심과 관련해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모른다. 바닥 민심부터 꾸준히 다져나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