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결국은 가장 멋지게 잘 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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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인터뷰_사람꽃> 제주복지교회 김영진 목사(남제주요양원 원장)
인생 마지막 순간이 행복한 요양원 되길
목회자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면 한 없이 부끄러워
다행히 인간에 대한 애정은 닮아 있어 감사해
"하나님의 사랑으로 노후를 아름답게 만드는 요양원"

왼쪽부터 김영진 목사, 이대희 목사왼쪽부터 김영진 목사, 이대희 목사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6월 3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복지교회 김영진 목사(남제주요양원장)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복지교회 김영진 목사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서머나교회 이대희 목사가 만나봅니다.
 
◆이대희> 남제주요양원에 와 있는데요. 요양원 안에 교회가 있네요. 소개해주시죠.
 
◇김영진 > 원래 우리 요양원이 여기서 한 1.5㎞ 떨어진 모슬포교회(통합) 부설이었어요. 그런데 요양원 어르신을 모시고 교회까지 가려면 이동이 아무래도 어려우니까 여기서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외부에서 오는 교인도 한 30명 됩니다.

이후에 모슬포교회에서 독립을 해서 특수 목회 형식으로 교회와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모토가 '이웃과 지역을 섬기는 교회'인데요. 그래서 이름도 복지교회라고 지었습니다.
 
◆이대희> 남제주요양원의 역사는 어떻게 됩니까.
 
◇김영진> 1987년에 남제주양로원으로 개원했어요. 모슬포교회 옆에서 하다가 점차 치매 노인이나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곳으로 옮겨와서 요양원 개원을 했습니다. 양로원으로 계산하면 35년쯤 되고, 요양원 역사만으로는 한 20년쯤 됩니다.
 
◆이대희> 아버님이 목사였고, 요양원 원장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목사님이 이렇게 운영하고 있네요.
 
◇김영진> 저희 3형제가 모두 목사입니다. 엄청 복 받은 가정이죠.
 
◆이대희> 남제주요양원이 지역 내에서 인지도나 인기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 또 이런 요양기관이죠.
 
◇김영진> 우리 요양원이 지역에서도 선호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보호자들의 선호도도 높습니다. 평가에서 2회 연속 A등급을 받기도 했고, 소문이 좋아요.
 
코로나 시기엔 작년이 많이 힘들었죠. 코호트를 두 번 했어요. 그 때 어르신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직원들도 지치고,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려워졌죠.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을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고 있어요.
 
◆이대희> 신앙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 남다른 사명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진> 작년에는 너무 많은 어르신들이 빠져나가고 어려워지니까 일반 목회에 좀 더 집중하고 이 사역을 접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또 어르신들도 그렇고 직원들도 많이 지쳐있어서 '리더를 잘 못 만나서 공동체가 고생을 많이 하는구나' 그런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마다 기도원을 갔습니다.
 
거기서 한참 울다 오곤 했는데, 그때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단 한 명의 어르신이 남아도 존재하는 이유는 있다. 다른 일반 요양원이면 안 해도 되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람의 노후를 아름답게 한다는 우리의 모토가 흔들리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릴 버리지 않으실 거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극복하고 회복하면서 지금까지 오고 있는 거죠.
 요양원 어르신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가든 파티. 김영진 목사 제공요양원 어르신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가든 파티. 김영진 목사 제공
◆이대희> 제주복지교회를 섬기는 성도들도 남제주 요양원이나 어르신들을 살피는 마음이 크고 남다를 것 같습니다.
 
◇김영진> 성도들도 좋아요. 몇 명 안 되긴 하는데, 우리 교회가 이웃과 지역 사회를 섬기는 제주복지교회로 시작했거든요.
 
우리 요절도 마가복음 10장 45절이에요. '인자에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일반 목회가 아니라는 정체성과 공감대도 있어요.
 
◆이대희> 아버님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김영진> 저희 아버지가 제주에 50년 전에 오셨거든요. 모슬포교회에 처음 오셨을 때 30대 중반이었고, 교인이 서른 명이 채 안 됐어요. 근데 우리 가정이 6명이었으니까 너무 힘드셨죠.
 
근데 우리 아버지는 자존심이 좀 있으셔서 스스로 자립하겠다고 노회 지원도 끊었어요. 아버지는 목회만 목숨 걸고 하시니까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불만은 제가 가장 많았죠. 제일 못 된 송아지였습니다. 근데 아버님의 그 길을 그대로 제가 걸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대희> 목사님은 어떤 부분이 아버님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영진> 아버지하고 저는 기질이 많이 다르거든요. 아버지는 매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데, 저는 약간 방어적이면서 수동적이었고, 아버지를 닮지 못해서 사실 불효자예요.
 
우리 아버지는 목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걸 교회가 해야 된다는 마인드가 있으셨거든요. 그때는 복지 개념이 지금처럼 자리 잡히지 않을 때지만 교회 안에 청소년 학교도 만들고 새마을금고도 만들었습니다.
 
제일 생각나는 게 하나 있는데, 5공화국 초에 삼청교육대라고 있었어요. 동네마다 불량배들을 소탕한다고 잡아갔거든요. 우리 동네에서도 많이 잡혀갔어요. 그때 우리 교인 아들들도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지서와 파출소를 찾아다니면서 그 명단을 확보해서 다 빼내오셨습니다.
 
이런 애들은 절대로 군대가 바꿀 수 없다고, 교회가 바꿔야 된다면서 눈물로 호소하고 데려왔어요. 한 30명 정도 데리고 나와서 그 아이들을 모아놓고 사역을 했죠. 그 조직 이름이 일심회였는데요.
 
자식들은 라면 먹이고 수제비 먹이고, 일심회 형들은 데리고 나가서 짜장면 먹이고, 탕수육 먹이니까 우리 어머니가 너무 마음이 상하셨죠.
 
그래서 나중에는 '그 돈을 나를 주면 내가 밥을 매일 해 먹이겠다'고 하시면서 그 형들 밥을 해 먹였어요. 그런 게 우리 아버지의 꾸준한 삶의 모습이었는데, 저는 아버지를 절대 못 따라가죠.
 
◆이대희> 아버님의 어떤 부분을 좀 닮고 싶으신지.
 
◇김영진> 저희 아버지는 몸은 왜소했지만 마음은 태평양 같아요. 제가 대학 1학년 때 데모하다가 한 세 번 잡혀갔거든요. 제가 아버지한테 혼날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그렇게 안 하고 '젊을 때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저는 상처도 잘 받고 마음도 작은데, 우리 아버지는 품는 품이 엄청나세요.
 
갈등을 조정하는데 있어서 그런 너른 품이 있으면 조정이 잘 되잖아요. 그게 너무 어려워서 저는 아버지의 넓은 마음을 닮고 싶어요.
 
◆이대희> 목회에 대한 계획이나 철학은 어떻게 됩니까.
 
◇김영진>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어떤 요구를 할 때, 이게 하나님이 나에게 요구하시는 것이다 생각하고 모든 요구에 내가 대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이대희> 목사님은 제주복지교회와 요양원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십니까.
 
◇김영진> 어찌 됐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 어르신들도 사랑하고 직원들도 사랑하고 교인들도 사랑하고 해야 되겠지만 주변에 있는 이 지역사회에서 그래도 남제주요양원에 가면 행복하다는 얘길 듣고 싶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 사실 마지막 기억이 요양원이거든요. 이 세상에 살았던 최후의 기억이 요양원인데, 그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서 천국 가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도 요양원에 들어간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요. 그래도 '남제주 요양원은 그렇지 않다, 어르신들의 마지막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요양원이다'는 평가를 받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이대희> 남제주 요양원과 관련한 바람이나 계획이 있습니까.
 
◇김영진> 우리 어르신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는 거죠. 어르신들이 가만히 보면 아무리 인지가 없어도, 치매는 보통 뇌로 오는 거지만 정서는 치매가 안 걸려요.
 
사람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이런 건 다 알거든요. 치매 걸려도 제가 어르신들 안수하고 기도해 드리고 꼭 껴안아주면 알아요.
 
사랑한다는 느낌을 알고, 예배드릴 때도 어르신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고 찬양할 때 성령의 임재를 느껴요. 그러니까 아무리 치매에 걸리고 인지가 많이 상했어도 이곳에서 우리 어르신들이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 소망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사실 거창한 계획은 없고 하루하루가 그런 삶이고 그런 계획이죠.

코로나 전 열렸던 공연에 함께 한 어르신들. 김영진 목사 제공코로나 전 열렸던 공연에 함께 한 어르신들. 김영진 목사 제공 
◆이대희> 기도제목 나눠주시죠.
 
◇김영진> 먼저 재정적으로 좀 안정이 되면 좋겠고 우리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인데요. 다 예수 믿고 마지막에 여기를 통과해서 천국 가면 그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교회도 시험에 들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이 사명을 잘 감당하는 교회가 되도록 늘 그렇게 기도하고 있고, 우리 교인들도 그렇게 기도해요.
 
점차적으로 교회가 안정이 되고 교세가 생기면 다른 사역들을 하고 싶죠. 청소년이나 아동, 그리고 사회적으로 약간 더 손길이 필요한 분들에 대해서 사역하고 싶습니다.
 
복지교회라는 이름에 맞는 교회가 돼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한 나들이. 김영진 목사 제공교인들과 함께 한 나들이. 김영진 목사 제공
◆이대희> 어르신들을 가까이 대하면서 삶에 대한 고찰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아름다운 삶의 자세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김영진> 제가 요양원을 하다 보니까 장례를 많이 해요. 1년에 한 10번 이상 하는데, 어떤 어르신들은 모든 신체 기능이 다 멈췄는데도 숨을 계속 몰아쉬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끝까지 숨을 안 놓는 거예요.
 
그러면 다른 병원에서나 다른 교인들한테는 그렇게 기도할 수 없는데, 요양원 어르신이니까 그렇게 기도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귓속말로 제가 얘기를 하거든요.

'어르신 다 내려놓고 다른 가족들 다 알아서 할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예수님 기다리는 천국으로 가세요' 이렇게 귓속말로 얘기하고 어르신을 위해서 기도해 드리면 한 5분 안 돼서 돌아가세요.
 
제가 그런 경험을 많이 하면서 느낀 건 '결국 인생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가는 것이고 최후의 마지막 코 끝에 그 호흡, 마지막 한 번의 호흡까지도 다 내려놔야 마무리하는 게 인생이라면 붙잡지 않고 버리는 연습을 미리 하면 제일 좋겠다. 마지막 단말마의 그 호흡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미리미리 내려놓고 버리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태어나서 얻는 것도 있지만 살면서 얻는 것도 있는데, 이제 어느 시점부터는 점점 버리는 걸 연습하면 좋겠다. 그러면 편안해지겠구나. 그래서 하루를 시작할 때도 오늘은 뭘 얻을까 이거보다도 오늘은 뭘 내려놓을까 오늘은 뭘 버릴까 그렇게 시작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그것이 아름다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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