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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동물농장' 윤 대통령만 나오면 왜 초토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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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윤 대통령, 대중 방송 프로그램 출연해 일상·생각 공개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행보…출연마다 '폐지론' 대두
방송사들 난처해져도 침묵만…"욕 먹을 각오했을 것"
문화평론가 "정치적 불통 속 방송 나오면 이미지 정치"

방송 캡처방송 캡처'유퀴즈'도, '동물농장'도 윤석열 대통령 출연의 후폭풍을 피해갈 순 없었다. 전 세대 호감 프로그램이란 평가도 무색하게 '폐지론'이 들끓는 상태. 대통령 출연은 왜 프로그램에 이 같은 치명타를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해왔다. 사실 대선(대통령 선거) 후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이 긍정 여론을 얻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출신 정당과 별개로 대통령이 특정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순간 정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이에 대담 프로그램 등에만 나왔던 전직 대통령들과 다르게 윤 대통령은 대중적인 방송 프로그램 출연에 오히려 적극적인 모양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출연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검사 생활부터 대선까지 과정을 비롯해 삶의 가치관을 공유했다. 지난달 28일 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깜짝 등장해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반려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일상을 공개했다.

대중이 이렇게 직접 대통령의 생각이나 관저를 들여다 볼 기회는 많지 않고, 프로그램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 프로그램 시청자 다수는 윤 대통령 출연 자체에 반발했다.

주장은 이렇다. 정치와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 특히 남녀노소 호감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대통령 이미지 개선에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SBS는 정권을 비판·감시하는 보도 기능까지 있는 언론사라 정치 편향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은 윤 대통령 출연을 비판하는 세력과 옹호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한바탕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결국 방송사들 입장이 난처해져도, 대통령과 엮인 사안이다 보니 뾰족한 대책이 없다. 통상 폐지론이 나올 정도면 방송사들은 여론 진화를 위해 입장을 내지만 CJ ENM과 SBS 모두 침묵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의 출연을 최종 결정한 '동물농장' 역시 앞선 '유퀴즈'의 사태를 알았을 터.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출연이 가능했던 것일까.

지상파 방송사 출신의 한 PD는 "tvN과 SBS 모두 민영 방송사다.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출연 섭외보다는 사장 수준의 '톱다운'(Top-down·하향식 의사결정)에 의해 출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며 "어차피 방송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동물농장'처럼 예고도 없었던 깜짝 출연이었다면 욕 먹을 각오하고 (입양된 안내견 행방을 찾다가 대통령 관저로 가는 스토리를) 기획해서 내보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4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통령 당선인). 방송 캡처지난해 4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통령 당선인). 방송 캡처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윤 대통령의 의지였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PD는 "윤 대통령 의사가 중요한데 반대 여론에 별로 개의치 않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신경썼다면 '유퀴즈' 이후에 이런 출연이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동물 애호가 이미지가 실제 대선 과정에서 긍정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고, 결국 지지자들을 위한 출연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40%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부정 평가가 절반이 넘는 상황과 기본적 정치 소통의 부재가 이 같은 논란을 초래했단 분석도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보통 정치인 특성상 반대 목소리는 항상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별로 높지 않은데 이들이 댓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충분히 부정 여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언론, 야당 등과 소통을 충분히 하면서 곁다리로 소탈한 방송 출연 행보를 보인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전자가 되지 않으면서 방송에 나오면 정치적 불통인데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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