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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나 빨간바지 의인 "범인, 씩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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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바지가 범인" 오해도…자고나니 의인돼
갑자기 열린 문으로 하늘, 구름 보여 당황
차분하게 전문가 지시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윤준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문 열림 사고. 참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뉴스였죠. 착륙을 하고 있는 비행기에 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30대 남성. 결국 구속이 됐습니다. 왜 그랬냐 했더니 답답해서 그랬다. 빨리 내리고 싶었다. 이렇게 답을 했다죠. 시속 60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 비행기의 문이 열렸는데 만약 그 순간 승객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면 혹은 그 남성이 이성을 잃은 채 난동을 부렸다면 이게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거다 생각하면서 아찔합니다. 그런데요, 이 순간 그 문제의 남성을 붙잡아 놓으면서 큰 사고를 막은 승객이 한 분 있습니다. 이른바 영상 속에 빨간 바지 의인으로 불리는 분이죠.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이 빨간 바지 의인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성함이 이윤준 씨네요. 이윤준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27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카페에서 전날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개문 사고 범인을 제압한 이윤준(48)씨가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27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카페에서 전날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개문 사고 범인을 제압한 이윤준(48)씨가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윤준> 네, 이윤준입니다.
 
◇ 김현정>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은 집이신가요?
 
◆ 이윤준> 네, 집입니다.
 
◇ 김현정> 주변에서 연락도 많이 받으셨죠?
 
◆ 이윤준> 연락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저는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별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나왔거든요. 그렇게 해서 한 한두 시간 있으니까 이게 되게 큰 사건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집에 오는 길에 제가 아는 지인 중에 티웨이 쪽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어요.
 
◇ 김현정> 항공사, 티웨이 항공사.
 
◆ 이윤준> 그 친구가 인터넷에 형님 뒤통수가 나와 있다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 비행기에. 저는 그냥 비행기 탈 때 편해서 빨간 바지를 입었을 뿐이고 크록스 신발을 신고 그냥 왔을 뿐인데 동영상이 나왔잖아요. 동영상이 유출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범인으로 몰린 거예요. 정확히 얘기하면.
 
◇ 김현정> 처음에는 빨간 바지가 범인이다 그렇게 됐었어요?
 
◆ 이윤준> 네, 처음에는 빨간 바지가 범인이라고 그랬어요. 댓글에.
 
◇ 김현정> 처음에는 그럼 엄청 황당하셨겠네요.
 
◆ 이윤준> 황당했죠. 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는 그냥 차분하게 그냥 그 승무원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런데 자고 나니까 의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자고 일어나니까.
 
◇ 김현정> 하루는 범인으로 몰리고 한 순간은 범인으로 몰리고 그다음에 또 의인으로 칭찬받고 참 얼떨떨하고도 기막힌 주말을 보내셨네요.
 
◆ 이윤준> 네, 맞아요.
 
◇ 김현정>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담담하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만 그 사고가 났던 그 순간은 저는 사실은 화면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이게 영화가 실제인가 싶을 정도로. 그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이게 목격자가 나오셨으니까 직접 좀 들어봐야겠습니다. 그 남성이 비상구 바로 옆자리였던 건가요?
 문 열린 채 운항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 앉아 있는 이윤준(사진 속 빨간 바지)씨 모습. 연합뉴스문 열린 채 운항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 앉아 있는 이윤준(사진 속 빨간 바지)씨 모습. 연합뉴스
◆ 이윤준> 바로 제 옆자리였습니다. 창문 방향 쪽.
 
◇ 김현정> 비상구 바로 옆자리는 그 사람이었고 그 옆자리가 선생님이셨던 거고. 그런데 가만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한 건가요? 그 당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세요.
 
◆ 이윤준> 저는 그냥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이렇게 내려오는 상황이었거든요.
 
◇ 김현정> 비행기가 내려오고 있는 상황.
 
◆ 이윤준> 내려오고 있는데 그런데 화면을 봐야 되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잖아요. 대체로 사람들은.
 
◇ 김현정> 그렇죠.
 
◆ 이윤준> 저 역시도 그랬고 그러니까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고 헤드셋이 날아가는 거예요.
 
◇ 김현정> 헤드셋, 헤드폰이 날아가요.
 
◆ 이윤준> 그쪽 방향을 보니까 문이 열린 거예요. 비상문이.
 
◇ 김현정> 세상에.
 
◆ 이윤준> 어이가 없잖아요. 하늘에 구름도 보이고 이거 뭐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리고 바람이 나한테만 오잖아요. 그러니까 엄청. 바람이 계속 나한테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 김현정> 숨을 못 쉬는, 그렇죠.
 
◆ 이윤준> 그냥 공기가 따가웠어요.
 
◇ 김현정> 저는 문이 열리는 순간에 바람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의 강도였을까가 궁금했는데 따가울 정도의 강도.
 
◆ 이윤준> 따가웠어요. 진짜 얼굴이 따가웠고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였고 그러니까 제가 얼굴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리저리 숨 한번 제대로 쉬어보려고 하는 것도 있고 따가우니까 이렇게 피한 것도 있고요.
 
◇ 김현정> 그게 그 순간이 어느 정도 되는 거죠?
 
◆ 이윤준> 한 1, 2분 정도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한 1, 2분 정도. 정신을 차리고 그 남성을 어떻게 잡으셨던 거예요?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 
◆ 이윤준> 그 남성분은 어떻게 잡은 계기가 됐냐 하면 착륙하려고 하잖아요. 착륙하려고 하고 바퀴가 탁 닿는 순간 제 대각선 2시 방향의 승무원이 저랑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 기종이 작다 보니까 바로 앞에 승무원이 앉아 있는 건 아니었고 대각선, 2시 방향 쪽에 승무원이 앉아 있었어요. 눈이 마주치셨어요.
 
◆ 이윤준> 제가 의지할 사람은 그분뿐이 없잖아요. 그분이 승무원이 전문가이시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괜찮으세요?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래서 제가 눈을 보면서 저 괜찮습니다 하면서 제 손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했고요. 그러고 나서 비행기가 착륙해서 지금 달리고 있잖아요.
 
◇ 김현정> 세게 달리고 있는데.
 
◆ 이윤준> 잘 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때 갑자기 이 친구가 벨트를 푸는 거예요.
 
◇ 김현정> 1, 2분 동안은 공중이었고 그다음에도 착지를 한 다음에 세게 달리고 있는데 옆을 바라보는 순간 벨트를 풀어요?
 
◆ 이윤준> 벨트를 푸는 거예요. 풀고 제가 고개를 시선을 승무원 쪽으로 돌리는 순간 승무원이 "도와주세요!" 그렇게 얘기하신 거예요. 그래서 뭔가 싶어서 이렇게 봤죠. 그러니까 그 친구가 비상구 쪽으로 매달린 거예요. 그쪽으로 끼어낼 때처럼 고개를 숙이면서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 김현정> 나가려는 시늉을 해요?
 
◆ 이윤준> 시늉을 하니까 제가 그냥 왼손으로 잡았어요.
 
◇ 김현정> 그게 잡히던가요? 지금 바람은 엄청나게 세게 불고 있고 정신없는 상황인데 이게 되셨어요?
 
◆ 이윤준> 네, 그나마 위에서 공중에서 부는 바람보다는 좀 덜했기 때문에.
 
◇ 김현정> 옷을 막 끌어당기셨군요.
 
◆ 이윤준> 옷이나 닥치는 대로 목덜미 그쪽 부위거든요. 그래서 왼손으로 잡고 당기고 그 승무원 분들이랑 여러 명이서 이렇게 오신 거예요. 승무원 일단 3명인가 4명이 같이 오셨고요. 그다음에 승객들이 또 오셔서 그 거구의 친구를 끌어올렸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상황이 제압, 진압됐군요.
 
◆ 이윤준> 그리고 그 당시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문이 열렸을 뿐이고 그리고 사람이 아무리 자기가 그래도 문을 열려고 하겠습니까?
 
◇ 김현정> 사람이 연 문이라고는 그 당시만 해도 상상을 못하셨군요.
 
◆ 이윤준> 상상을 못 했죠.
 
◇ 김현정> 그럼 그 옆에 계신, 옆에 앉아 있던 그 범인은 사실은 범인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게 잘못해서 떨어질 뻔한 사람을 구해낸 걸로 생각하신거고.
 
◆ 이윤준> 그렇게 된 거죠. 정확히 얘기하면. 그래서 구한 건데 그때 승무원분도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고.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 김현정> 세상에, 이게 지금 문 열린 순간, 그러니까 헤드셋이 날아간 그 순간부터 이 남성을 제압할 때까지가 시간이 얼마였던 걸로 기억하세요?
 
◆ 이윤준> 짧은 순간이었어요.
 
◇ 김현정> 정말 짧은, 순식간에 모든 게 벌어진 거군요.
 
◆ 이윤준> 벨트를 푸는 순간 뛰어내렸어요. 그냥 벨트 탁 소리가 나고 승무원을, 잠깐 찰나의 순간이잖아요.
 
◇ 김현정> 그 사람 눈빛 기억나세요?
 
◆ 이윤준> 뭔가 째려보는 눈빛 그리고 좀 씨익 웃는 느낌도 있었고 그런 거 있잖아요. 왜 세상을 다 포기한 느낌도, 지금 생각하면 그런 느낌도 있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 맡고 계세요. 그때도 안전교육 하러 제주도 출장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시는 길이었다면서요.
 
◆ 이윤준> 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당시 그 순간 잘못 잡으면 나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데 이거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보면 그냥 본능적으로 하신 거네요.
 
◆ 이윤준> 네, 본능적으로 했고요.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느낀 게 뭐냐 하면 일단 전문가의, 그분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으신 분이고 그분들이 차분하게 일을 진행하셨고 차분하게, 제일 중요한 게 냉정해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이 비행기 안에서의 최고 전문가는 승무원들일 거고 그 승무원이 시키는 대로 내가 침착하게 해야겠구나라는 게 어떤 안전 전문가의 기본 정신이었던 거군요.
 
◆ 이윤준> 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결국 빨간 바지 의인과 그 승무원 두 분이 최후까지 더 큰 사고가 나는 걸 막았던 대단한 시민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 이윤준> (웃음)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충분히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냥 도와주세요 했고 그리고 승무원 분이 되게 침착하게 하셨어요.
 
◇ 김현정> (웃음)겸손하게 말씀하시는데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런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지시에 따랐다는 것도 대단하신 거예요. 아니, 다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 가족들은 뭐라고 그러세요?
 
◆ 이윤준> 어머님이 아니, 네가 뭔데 거기서 나서냐고 가만히 있어야지 왜 뭐하냐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김현정> (웃음)어머님이 아들 걱정되시니까 너 왜 그랬냐고 그래서 안전벨트 매고 그랬다고 그러셨어요?
 
◆ 이윤준> 안전벨트 하고 그 친구 잡았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제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고.
 
◇ 김현정> (웃음)어머님 마음도 이해가 되시죠. 참… 이 사고가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게 아니고요. 후속 대책들 대안들 잘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오늘 귀한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이윤준> 수고하셨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시아나 항공기 문열림 사고에서 침착하게 범인을 제압한 승객이죠. 빨간 바지 의인 이윤준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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