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금 일부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공익적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약정 이행 수용 여부는 '유족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5일 시민모임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3자 변제안을 반대하면서 유족들에게 보상금 반환 약정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모순적이지 않으냐는 보도와 문의가 있었으나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마무리도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단체는 "원고들은 승소해 경제적인 이득이 생기면 그중 20%를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역사 계승 활동을 위한 공익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합의했다"며 "소송의 시작이 그러했듯, 소송의 마무리도 공익적이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적 가치 때문에 소송 원고들이 별도의 선임비를 부담하지 않고 소송에 나설 수 있었고, 시민단체가 피해자들을 지원했고, 한일 간 중요한 인권·외교 의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3자 변제안 수용 유족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생존 피해자와 맺은 약정을 유족들이 모르고 있어 소송대리인이 문서를 통해 알려드린 것"이라며 "피해자인 원고 본인의 유지가 존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인의 뜻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유족에게 설명하는 것은 소송대리인으로 당연한 도리"라고 설명했다.
2012년 10월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 5명과 시민모임이 맺은 약정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해당 약정은 시민모임 전신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012년 10월 미쓰비시 강제동원 손배소송 원고인 양금덕·이동련·박해옥·김성주·김중곤 씨 등 5명과 맺었다.
약정은 "손해배상금, 위자료, 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역사적 기념사업·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교부한다"는 내용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인 김정희 변호사는 "2012년 10월경 일본에서 10여년 가까이 진행했던 소송을 패소하고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패소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싸움을 이어가자는데 합의했다"며 "할머니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변호사들은 재능기부식으로 소송을 진행하되 승소하게 되면 일정 돈을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이나 관련 지원 사업에 쓰면 좋겠다고 해서 약정서를 썼다"고 약정서 작성 당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벌어진 소위 '피고 지급금 20% 교부' 논란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유지를 놓고서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는 게 피해 당사자들의 틈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돼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외면한 강제동원 피해자를 30여 년간 지원한 시민단체를 매도하는 상황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창록 교수는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시작됐다"며 "(시민모임은) 그 30년 동안 피해자들을 일본까지 모시고 오가며 법정 참관하고 지원한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우 낮은 가능성에도 공익적 활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혹시라도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이 일을 위해 애썼던 분들의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정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대법원판결을 뒤집으려는데 전국 105개 단체가 시국선언을 하고 나서니까 비겁하게 시민단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모든 걸 돈의 문제로 만들어서 유족을 사분오열시키는데, 돌아가신 (피해자) 분들이 이걸 보시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