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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톱스타 굴레 벗은 송승헌 "현장, 이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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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택배기사' 첫 악역 도전
"내가 메인이어야 한단 생각 없어"
"고정 캐릭터 깨는 시도 이어갈 터"

배우 송승헌. 넷플릭스 제공배우 송승헌. 넷플릭스 제공"세대 차이요?!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무슨! 하하"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마주한 송승헌이 발끈한 채 웃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 촬영 현장에서 함께한 후배들이 입을 모아 송승헌을 분위기 메이커로 뽑았는데, 후배들로부터 세대 차이를 느낀 적 있냐는 물음에 대한 반응이었다.

"함께한 배우들이 대부분 어려서 그런지 쉬는 시간에도 얘기들이 없었어요. 조의석 감독 역시 조용한 성격이고요. 제가 가끔 던진 농담이 그나마 현장에 웃음을 주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 재밌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농담을 하니까 더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웃음)"

송승헌에게는 '한류스타' '톱스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각광 받는 지금을 논할 때 결코 그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한 그가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첫 악역에 도전했다.

"제가 메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택배기사' 참여를 주저했을 거예요."

배우로서, 톱스타로서, 선배로서 보다 성숙한 역할을 스스로 정립해 가려 애쓰는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택배기사'에서 송승헌이 맡은 캐릭터는 재벌 천명그룹 2세 류석이다. 그는 사막으로 변한 한반도에 불평등한 질서를 세운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택배기사 5-8(김우빈)의 대척점에 선 셈이다. 이러한 류석을 두고 송승헌은 "안쓰럽다"고 했다.

"자신이 지닌 신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한정된 자원과 산소 등이 류석에게는 무겁게 다가왔을 거예요. 그렇게 모든 난민을 품을 수 없다고 판단하죠. 류석의 판단은 옳지 않아요.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판단한 그 친구가 아쉽고 외롭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택배기사' 후반부 류석은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캐릭터로 대변되는 기득권의 현실 인식이 오롯이 드러나는 말이다. 송승헌은 이 대사를 언급하면서 "더 냉정해지려 애썼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류석 캐릭터를 결코 정당화 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가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조금 더 냉정해지려 애썼죠. 이 부분에 대해 조의석 감독과도 촬영에 앞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통 폭 넓히니…이젠 '힘든' 현장 아닌 '가고픈' 현장"


'택배기사' 스틸. 넷플릭스 제공'택배기사' 스틸. 넷플릭스 제공'택배기사' 촬영은 대부분 블루스크린 앞에서 이뤄졌다. 송승헌에게도 시대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색다른 일터였다. "'세상 좋아졌구나'라고 느끼면서 촬영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이전에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거의 대부분을 촬영한 적은 처음이었죠. 초반에는 낯설고 어색했어요. CG로 이렇게 저렇게 구현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점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음향 마이크가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도 촬영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후반작업에서 지우면 되니까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현장의 편리함을 경험했습니다."

송승헌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한 팬이 얼마 전 결혼했어요. 어릴 때부터 팬클럽 회장도 하고, 제가 사인회를 하면 한달음에 달려 오던 친구죠. 결혼식에 초대 받았는데,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그날 촬영이 없어서 몰래 찾아갔습니다. 신부 대기실에서 만난 그 친구가 너무 놀라면서 울먹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저 역시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 보이는 게 창피해서 '사진 찍자'고 얼른 화제를 돌렸죠."

그는 "교복 입고 다니던 팬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겪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며 "아무 것도 모르던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응원해 주는 팬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감사한 이유"라고 말했다.

"갑자기 데뷔했던 탓인지 20, 30대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막 흘러간 것 같아요. 사실 그때는 연기가 재미 없었어요.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그냥 '일'로 여겨졌죠.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현장이 편해지더군요. 이젠 '힘든' 현장이 아니라 '가고픈' 현장이 됐어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두고 송승헌은 "나이 들면서 주변과 더 소통하려고 애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팬들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채찍질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은 현장 가는 게 재밌어요. 그 덕인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지더군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에서도 아주 파격적인 캐릭터이고, 현재 촬영 중인 작품 역시 자유분방한 역할이에요. 앞으로도 저의 색깔, 고정된 캐릭터를 깨는 시도를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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