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제공 "오늘 이 노래들을 음악에 바칩니다."유럽의 자존심인 고(古)음악계 정상에 우뚝 선 소프라노 임선혜(47)가 CBS 콘서트 '송 투 더 뮤직'(SONG TO THE MUSIC)을 19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었다.
이날 임선혜는 때로는 청아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오페라 아리아부터 가곡, 샹송, 동요, 뮤지컬 넘버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였다. 노래 분위기에 맞게 흰색, 빨간색, 하늘색 등 세 가지 빛깔 드레스로 갈아입으며 무대를 다채롭게 수놓았다.
1부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박상현)와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이 함께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중 '꽃의 왈츠'로 무대를 열었다. 사탕요정의 시녀들이 우아한 왈츠 선율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묘사한 곡은 봄볕처럼 따뜻했다.
임선혜는 카스트라토 가수인 파리넬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파리넬리' 삽입곡으로 잘 알려진 헨델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를 서정적인 음색으로 불렀다. 이어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현악 연주자 4명과 함께 슈베르트 '음악에게, 작품547'을 선사했다. 노래 중간 임선혜의 휘파람 소리가 귀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노래가 끝난 후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임선혜는 "녹음(綠陰)이 예쁜 5월 한낮에 시간을 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음악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콘서트 제목에서 보듯 이 노래는 이번 공연의 주제곡이다. 가사 중 '살면서 짓궂고 어려운 순간이 있을 때 음악이 나를 더 나은 세계로 이끌고 위로해준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가곡 '별'(이수인 곡·이병기 시)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헤어진 연인에게 바치는 내용의 가곡 '연'(이원주 곡·김동현 시)은 그리움을 실어서, 이탈리아 가곡 '입맞춤'(아르디티 곡)은 설렘과 기쁨의 감정을 담아 불렀다.
하모니스트 박종성은 무디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와 마스네 오페라 '타이스' 중 타이스의 명상곡을 연주했다. 경쾌함과 서정성을 오가며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졌다.
2부는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CBS소년소녀합창단이 게스트로 나섰다.
임선혜는 샹송 '장미빛 인생'을 달콤한 음색으로 들려줬다. 가수 에디뜨 삐아프가 작사하고 친구인 피애프 루이기가 작곡한 이 노래를 임선혜만의 색깔로 소화했다.
CBS소년소녀합창단과는 동요 모음곡('네잎클로버'+'하늘나라동화'+'아기염소'+'아빠와 크레파스')을 율동까지 섞어 불렀다. 잠시 추억여행을 떠난 관객들은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선혜는 뮤지컬 '팬텀'에 타이틀롤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 세 시즌 참여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손준호와 함께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듀엣곡 '투나잇'을 불렀다.
공연장의 열기가 정점에 달했다. 앙코르곡이 이어졌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은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대표곡인 '아이 쿠드 해브 댄스드 올 나이트'(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노래 제목처럼 밤새도록 춤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임선혜는 이날 관객에게 줄 마지막 선물로 '기도'를 준비했다. 박종성의 하모니카 선율이 은은하게 깔리는 가운데 임선혜와 손준호가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줬다.
"우리 모두 근심 하나씩 들고 다닙니다. 당신이 우리의 눈이길 기도합니다. 현명한 지혜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