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16일 간호법안 관련 재의요구가 의결된 국무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을 규탄하고 있다. 간협 제공[앵커]
윤 대통령이 오늘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료계 갈등은 더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당장
간호협회는 사상 처음으로 단체행동, '준법투쟁'을 예고한 상황인데요.
이 논의가 앞으로 전개될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대통령이 간호법 재의 요구할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내용이잖아요. 당장 지금 간호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분위기입니다.
그간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여당이 간호법에 대해 취해온 태도를 보면, 말씀하신 대로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긴 합니다. 복지부는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7일 "보건의료계가 간호법 찬반으로 크게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의결되어 매우 안타깝고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고요.
어제(15일) 거부권 건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조규홍 장관도 '의료 직역 간 갈등'을 부각시키며 이같은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규탄했는데요.
간협 김영경 회장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
"우리의 마지막 기대였던 대통령마저 결국 어리석은 자들의 선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는 바이다." [앵커]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겠다'…그럼 간호협회에서 내년 총선을 노리고 겨냥하고 이런 단체활동도 하겠다는 뜻인가요?
[기자]
네, 쉽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던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고요. 특히 지난 14일 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을 밝혔던 국민의힘을 타깃으로 한 발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고위당정협의에서 간호법을 두고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등의 표현을 썼는데요. 어제 조 장관의 브리핑과 오늘 대통령 모두발언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반복됐습니다. 간호법에 반대하며 연가투쟁을 이어온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주장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앞서 13개 단체가 모인 의료연대도 어제 총선기획단을 출범했거든요.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지지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을 겨냥한 바 있는데요. 간협도 '정부·여당 심판'을 내세워 맞불을 놓은 겁니다.
국회 재의를 포함해 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시내에 운집한 간호사들. 대한간호협회 제공[앵커]
그래서 지금 간호사들은 '준법투쟁으로 우리가 단체행동을 좀 보이겠다'라고 하고 있는데 이게 정확히 말하면 파업은 아닌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간협은
이전부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파업만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는데요. 대통령실의 거부권 부재를 전제로 17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던 의협 등과는 상반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간협이 최근 실시한 자체 설문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회원 98.6%(10만 5191명 중 10만 3743명)가 찬성한 상태고요. 구체적인 행동 수위는 오늘 대표자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면허 반납을 비롯해서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현행법상 불법인 이 행위들을 중단하는 방식도 거론되는데요. 간호사 업무 외 의료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이 '준법투쟁'에 들어갈 경우, 수술실 등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파업은 아니지만 혼란은 좀 있을 수 있다… .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는데요.
조 장관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 점에 관해서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정부는 간호법안 제정과 무관하게 지난 4월 25일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하여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하겠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안 관련 국무회의 의결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실제로, 조 장관은 오늘 고려대 안암병원을 방문해 PA 간호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쨌든 지금 의협이나, 간호사 외 다른 직역 단체들은 목표를 이룬 셈이네요. 그런데
원래 내일(17일) 총파업 예정돼 있었잖아요. 이건 취소되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일단은 유보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의료연대는 오늘 단식투쟁을 이어온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환영했습니다.
다만,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한 의료법 개정안이 거부권 행사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고요, 신속한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앵커]
자, 그런데 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냥 상황이 다 종료되는 게 아니라, 이건 재의를 요구한 거잖아요.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고, (투표 결과에 따라) 통과가 또 될 수도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1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연대 제공 의료연대는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꾸자는 당정 중재안을 간협이 수용해야 한다 주장하지만, 간협은 간호법의 핵심은 처우 개선이 아니라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단순한 처우 개선 아니고, 업무 범위 좀 명확히 하자'.
[기자]
그렇습니다.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민주당과 정의당은 윤 대통령이 정당한 입법권을 무시했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재의요구안을 다시 표결하더라도 이전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이 의료공백이 어떻게 될 건지도 계속 관심사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조규홍 복지장관은 의사를 보조해 의료서비스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PA 간호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복지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