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류영주 기자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회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와 관련해 우리·하나은행 전 수장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수사 고삐를 바짝 당겼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일당이 사업 과정에서 이익금을 나눠 줄 주요 인사들을 지칭한 것으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공개로 알려졌다.
檢, '50억 클럽' 박영수 청탁 경로 前우리은행장 압수수색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부터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약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이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 실무진에게 전달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의 청탁을 받은 박 전 특검이 이 전 행장을 통해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급)이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에 접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1~2014년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 전 행장은 유 전 대표와는 대구고 동문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입찰 공모를 준비하던 당시 컨소시엄 구성 논의 과정에 관여하고, 컨소시엄에서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장동 사업 실무에 관여한 양재식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내 1300㎡(약 400평) 규모의 상가 부지, 495㎡(약 150평)·330㎡(약 100평) 규모의 단독주택 부지·건물 등 총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도 받는다.
검찰, '박영수-이순우-실무진' 민간업자 청탁 경로 의심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업자들의 컨소시엄인 '성남의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1500억원의 대출의향서를 내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컨소시엄 참여 및 PF대출 청탁 등을 받아 실제 우리은행 내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만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이 전 은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이 전 은행장을 상대로 청탁 전달 경위를 파악한 이후 양 변호사와 박 전 특검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檢 '곽상도 50억' 관련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압수수색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같은 청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도 같은날 오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을 겨냥한 압수수색은 곽상도 전 의원 부자(父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아들 병채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관련이 있다.
검찰은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수령한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를 부친의 뇌물 혐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또 이들이 받은 돈을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새롭게 적용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상황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호반건설과 손잡은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경쟁 상대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있던 하나은행과 접촉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나와 자신들과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압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 위기 상황·하나은행 잔류 청탁 규명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
이를 파악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위기 상황을 공유했고, 청탁을 받은 곽 전 의원이 김 전 회장 측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남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컨소시엄을 유지해 준 대가로 병채씨에게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큰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은 컨소시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으로부터 대장동 사업 관련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할 위기 상황이 없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호반건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를 새로 입건하기도 했다.
당시 컨소시엄에 참가한 산업은행과 호반건설, 하나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기 위한 근거 사실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을 조사해 컨소시엄 와해 위기 상황을 파악한 이후 곽 전 의원 부자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