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가축방역 상황회의를 갖고 구제역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해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동제한 조치는 물론 방역대내 농장, 그리고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들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충북과 충남, 경기, 강원, 인천지역에 긴급백신을 투입해 추가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11만여 전국 우제류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적정접종 여부와 임상증상 여부 등에 대해 예찰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3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올해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6주간)를 상반기 백신 일제 접종기간으로 정해 운영했다. 한우 50두 미만 농가는 정부에서 구제역 백신을 맞춰주지만 그 이상 규모 농장은 자기 돈을 들여 자가접종을 해야하는 방식이다.
즉 50마리 이상 한우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농가들은 알아서 백신을 접종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보니 정부는 대규모 한우 농가가 구제역 접종 대상(임신축이나 생후 2개월 미만 개체 제외 등) 모든 한우에 백신을 다 접종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백신을 접종했는지는 전수 조사가 아닌 추후 백신 물량 구매 이력, 그리고 백신 항체양성률을 근거로 가늠하고 있다. 샘플링 조사에서 항체양성률이 80%가 되지 못하면 백신접종률이 낮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며 접종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정부의 구제역 백신접종 관련 시스템은 실제 접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접종 대상 모든 한우가 백신을 맞았는지 알 수 없는 사각지대가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해 "구제역 백신접종은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 방역이고 인력, 예산상 문제도 있어 자가접종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축방역소독차량이 천북면 신당리를 방문해 축산농장을 소독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모두 50두 이상을 사육하는 자가접종 대상이었다. 항체양성률은 간이검사에서 62%, 76.5%, 24%에 그쳤다. 모두 기준인 80%에 미치지 못했다.
구제역이 4년 넘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져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농식품부도 "발생농장은 일부 백신접종이 미흡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인근 농장과 지역에서 백신접종이 미흡할 경우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고 인정했다.
이는 최근 농식품부의 구제역 백신 접종관련 과태료 부과 내역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최근 5년간을 살펴보면 2018년 214건, 2019년 402건, 2020년 165건, 2021년 93건, 2022년 88건 등 총 962건으로 항체양성률이 낮아 부과된 과태료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도 제공결국 정부가 구제역 자가접종을 농장주의 '신의'에만 맡기는 사이 그 결과 4년 만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고 피해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사실상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역 백신접종 시스템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정부 대처에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0~2011년 소, 돼지 등 가축 347만여 마리가 살처분 돼 국내 축산업이 초토화된 구제역 파동 이후 매년 발생하던 구제역이 지난 2019년 1월31일을 끝으로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통로가 닫혔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방역이 완화, 해제되며 세계인의 이동이 시작됐고 결국 동남아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로 유입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청주지역 구제역 바이러스는 캄보디아나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성질과 유사해 해외 유입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주공항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유입경로를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국내 구제역은 지난 10일 첫 발생한 이후 일주일도 안돼 벌써 한우농가 7곳으로 확대됐다.
16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우농가의 구제역 의심 소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확인됐다.
청주지역 6번째 발생으로 해당 농장은 구제역 첫 발생 한우농장과 2.9㎞ 떨어진 곳으로 한우 185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사람․가축․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정밀검사, 소독, 역학조사 등 긴급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한우는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살처분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한우는 모두 1148마리로 늘게된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감염된 동물은 입, 혀, 잇몸, 코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 상승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