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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왕국'으로 떠나볼까…DMZ 500㎞ 답사기[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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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책 제공 사월의책 제공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금단의 땅 DMZ 총면적 903㎢. 그중 남측 비무장지대 면적은 425㎢다. 남북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대치하는 현장은 오히려 고요하다. 이따금 철새들만이 무리지어 이 금단의 선을 넘나드는 곳.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북이 대치하며 철책과 지뢰, 삼엄한 감시초소, 중무장한 군인들만 있을 것 같은 비무장지대에 남은 주인은 두루미다.

한겨레신문 박경만 선임기자가 백령도에서 고성군 화진포까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DMZ 곳곳을 취재하며 이 지역의 역사, 생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DMZ 답사기를 펴냈다.

저자는 서해바다 끝 백령도, 연평도에서 강화 앞바다의 섬들, 한강하구와 임진강·한탄강 유역, 강원도 산길과 동해안 접경지역 전체를 걸으며 역사의 자취와 지형적 특성, 정치·군사·문화적 배경, 사람과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고고한 자태의 두루미를 비롯해 120여 장의 생생한 DMZ와 접경지역 사진, 지도를 더해 답사 길잡이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두루미는 역설적으로 생명과 평화의 땅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나타낸다.

답사 구간인 남측 비무장지대(DMZ) 지도 삽화. 사월의책 제공 답사 구간인 남측 비무장지대(DMZ) 지도 삽화. 사월의책 제공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함민복 시인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이곳은 꽉 막힌 남북의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이며 한민족의 역사와 운명을 바꿀 기회의 땅"이라며 "경계는 힘이 세다. 냉전의 부산물로 생겨난 경계 DMZ. 고립무원인 줄 알았던 이 땅은 생명이 흐르고 섞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었다"고 회고 했다.

명불허전 답사기의 교과서로 불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는 초판 서문에서 "우리나라는 전국토가 박물관"이라고 추켜세웠다. '북한답사기'까지 낸 유 교수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혈통낄, 같은 언어론, 같은 제도와 풍습을 지니면서 같은 운명공동체로서 그토록 오랜 역사를 엮어온 민족국가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그런 민족의 거리를 70년 넘게 이격 시켜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곳 DMZ를 저자는 '생태', '역사', '사람들'이라는 3가지 얼굴을 통해 사진과 답사기,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가는 곳마다 이야기 꽃이 피고 머문 자리마다 박물관처럼 우리가 몰랐던 보물장소와 유적들이 즐비하다.  

저자는 답사를 통해 북한 땅을 코앞에 둔 백령도와 강화도 주변, 한강하구는 평화의 시발점이자 거점이 될 수 있고, 임진강과 한탄강은 유서 깊은 역사 유적들과 생태관광 자원으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곳, 한국전쟁의 상흔을 가장 깊게, 아프게 간직한 강원도 북부는 군사문화 유산을 벗고 새로운 삶을 재건하려는 주민들의 분투가 이어지는 곳으로, 금강산이 지척인 동해안 북부는 북한, 연해주,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대륙의 평화적 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120컷이 넘는 DMZ 접경지역의 풍경과 역사 유적, 생태 사진은 책을 읽는이로 하여금 현장을 함께 답사하는 듯한 생생함을 더한다. 이 책을 들고 DMZ 답사를 떠나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DMZ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관광지로 다녀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인 두루미와 사람들이이 더불어 살아가는 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경만 지음ㅣ사월의책ㅣ448쪽ㅣ2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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