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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검정고무신 사태 부른 36년 묵은 저작권법 개정 미룰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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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

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창작자 권리 보호를 의미하는 'Author's Right' 캠페인 이미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창작자 권리 보호를 의미하는 'Author's Right' 캠페인 이미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으로 세상을 등졌지만 표준계약서와 별개로 저작권법은 36년 전에 머물러 창작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곤지 웹툰작가노조 운영위원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창작 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 토론회'에서 "최근 웹툰 업계는 예를 들어 회당 50만 원으로 계약하는 경우 전체 매출에서 플랫폼이 50만 원을 우선 회수하고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형태다. 문제는 회당 수익을 플랫폼이 회수하지 못하면 작가들이 해당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고스란히 책임을 떠 안는 계약들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위원은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구름빵 사건'과 '검정고무신'과 같은 웹툰 불공정 계약 문제 등이 불거질때마다 표준계약서를 바꾸고 저작권 교육을 하고 각종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지만 정작 법 개정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온적"이라며 "저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구름빵 사건'은 2004년 출간된 백희나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 '구름빵'이 크게 성공하며 해외에 번역·출판되고 뮤지컬, TV 애니메이션,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2차 저작권 등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하면서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게되자 소송했지만 패소한 사건이다.

이후 출판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저작권계약 사례로 부각되면서 현행법상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치권과 창작자 단체들이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를 제한하거나 추가 보상을 허용하는 입법활동을 추진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성상민 작가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도 "출판계의 문제는 인세와 매절 계약이 문제"라며 "창작자로서는 정보의 부재로 인한 공정한 계약이 맺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특히 전집 형태로 만들어져 매절계약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원작의 저작권을 팔아 기본 수익 외 2차 창작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문제가 '구름빵' 사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2차 창작권까지 통째로 넘기게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 김민수 기자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 김민수 기자이 같은 문제의 원인에는 1987년 만들어진 저작권법이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플랫폼 소비와 유통 방식에 따른 창작자의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권리에 비해 지나치게 제작자, 유통업자 등 산업계 입장에 쏠려있다는 이야기다.

김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창경)는 "시대에 맞지 않은 현행 저작권법이 문제"라며 "저작권법은 영상물의 경우 양도에 필요한 권리를 정한 특례조항 101조 1항에 복제·배포·공개상영·방송·전송 그 밖의 방법으로 이용할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감독이나 작가와 같은 창작자는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고 2차 저작물로 활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특례조항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저작권법 개정은 비례에 입각한 공정한 보상 제도 신설이 요지"라며 "'공정한 보상' 법안은 독일, 프랑스 등 28개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고, 법안 발의도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이 진행 중인만큼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상중계 토론에 참여한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현재 미국작가조합이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10여 년 만에 벌어지고 있다며 2001년 구글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상대로한 파업 이후 미국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직접 나서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작가조합에 따르면 스트리밍에 이어 OTT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지난 10년 간 드라마 제작비는 50% 이상 증가했지만 작가료는 4%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며 "현재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작가들(의 수)이 10년 전 33%에서 현재 50%에 달하고 있어 정당한 비례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 권리 보호를 의미하는 'Author's Right' 캠페인 배지와 이미지. 김민수 기자창작자 권리 보호를 의미하는 'Author's Right' 캠페인 배지와 이미지. 김민수 기자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승희 전 국회의원(오픈넷 이사)은 "창작물은 양허불가한 것인데도 노예시장에 팔리듯 창작자에 대한 동의나 보상 없이 창작물이 아무렇게나 팔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2021년 이후 멈춰 있는 저작권법 개정에 박차가 필요하다며 영상, 음악, 만화, 소설 등 모든 장르의 창작자가 대형 플랫폼과 자본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이라는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공감대 형성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내 저작권 개념과 법률 등 정책 방향이 과거 경제성에 초점을 둔 'Copy Right'에서 국제 흐름에 맞는 창작물 저작자 중심의 'Author's Right'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와 오픈넷, 한국영화감독조합, 웹툰작가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했다.

범유경 서울대 공익법률센터 공익펠로우변호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김정현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 박현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정곤지 웹툰작가노동조합 운영위원, 성상민 작가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이 발제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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