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매우 엄중한 형량을 내린 가운데 판결 내용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기 위해 지난 2일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해당 판결들의 시사점과 향후 영향 등에 관해 집중 논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호 판결 외에 향후 재판이 예정된 12건은 모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중소 건설업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향후 법 준수 대응능력이 미비한 50인 소규모 기업은 사망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형사책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호·2호 사건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범죄 혐의)을 피고인(대표이사)이 인정함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 인과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형사처벌의 핵심요건인 범죄사실 인정 여부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1호·2호 사건 모두 대표이사의 중처법 의무위반과 사망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처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중처법 의무를 위반시,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사망의 결과 발생이라는 2단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법원의 공소사실을 보면 원청 대표이사의 중처법 의무위반이 하청업체의 산안법 위반(작업계획서 미수립 등)과 사망사고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청의 중처법상 의무이행 범위에 대한 확대해석으로 혼란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하청업체가 산안법상 해야 할 구체적 안전조치를 원청 경영책임자의 중처법상 의무로 잘못 이해해 기소, 법리 다툼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유죄로 선고할 경우, 과도한 처벌규정으로 인해 중한 형량 선고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며 유죄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이것에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며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부의 자의적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김상민 변호사는 "1호·2호 판결은 자백으로 인해 법원이 정밀한 논증 없이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했다"며 "추후 인과관계를 적극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중한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하루빨리 중처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