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받아온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하더라도 이런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향후 금융 당국과 수사기관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며 "이제 저는 물러나지만 다우키움그룹이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회장은 주가폭락 사태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 140만주(605억4300만원어치)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다음날인 21일 다우데이타 주가는 6.34% 하락했고, 그 다음 거래일인 24일엔 하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또 다른 7개 종목도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그 배경에 주가조작 의심세력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회장을 향해서도 세력의 움직임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김 회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이후 세력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둘 사이의 관계를 부인하는 한편, 오히려 주가폭락 사태의 책임을 김 회장에게 돌렸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의 보유 주식 대규모 처분 직후의 다우데이타 주가 하락은 일종의 '짜여진 각본' 아니냐는 취지의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라 대표는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와 만나 "블록딜로 주식을 사간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산 것일 텐데, 이틀 동안 패대기(매도)를 쳤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 않느냐"며 "그런데 주가가 하락을 하면 김 회장은 증여‧상속세를 압도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처분한 쪽과 사간 쪽이 호흡을 맞췄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애초 라 대표는 블록딜 매매 대금조차 오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거론했지만, 김 회장은 매매 대금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됐음을 나타내는 거래명세서까지 공개하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 대표는 "입금해 준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우데이터는 영업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았다며 "작년 12월에는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공매도 주체가 누구였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김 회장과 연관돼 있는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조만간 검찰 또는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라 대표가 이 같은 의혹 제기와 함께 본인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하자 김 회장은 지난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김 회장은 고소장에서 "주식 처분은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 주가 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으며 라 대표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룹 총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이번 사퇴 결정은 '진흙탕 싸움'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현 국면이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국 조사도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 검사에 착수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김 회장 관련 의혹 규명 차원의 행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