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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기다림도 허다"…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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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장애인 콜택시' 함께 타보니…30분 거리, 1시간 넘어 도착
"영화 예약은 꿈도 못 꿔…약속 늦거나 출근 지각도 부지기수"


뇌병변 장애를 가진 백민지(45)씨는 매주 병원이나 장애인 센터 등을 가기 위해 외출에 나선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백씨는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에 많이 의존하지만, 차가 마음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말 취재진은 대전에 있는 백씨의 집을 찾았다. 이날 목적지는 모 장애인 시설로, 백씨의 집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백씨는 외출 준비를 약속 시간보다 2, 3시간 먼저 한다고 했다. 빠르면 바로 차가 배차되지만, 1~2시간 기다리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특별교통수단. 김미성 기대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 김미성 기자
백씨는 "오늘은 오전 11시까지 도착해야 하는 일정인데, 8시 30분부터 옷을 입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어제는 낮 12시 50분쯤 차량을 불렀는데, 1시간 뒤 차량이 도착해 오후 2시까지 가야 하는 약속에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해놓고 못 가서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난감하다. 영화 예약은 꿈도 못 꾼다"며 "상대방은 어떤 사정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고, 특히 비장애인들은 차가 많은데 왜 안 잡히냐며 의아해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전화를 걸어 장애인 콜택시를 부른 백씨. 17분 뒤 장애인 콜택시 기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10분 정도 걸린다네요. 오늘은 매우 준수한 거예요."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한 지 30분 만에 차량이 백씨의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운전원이 백씨의 휠체어를 밀어 차량 탑승을 도왔다.  

백씨가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탑승한 채 이동하고 있는 모습. 김미성 기자백씨가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탑승한 채 이동하고 있는 모습. 김미성 기자
백씨와 취재진이 탑승한 차량은 오전 9시 55분 출발해 10시 23분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반 택시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넘어 도착한 셈이다.

취재진은 단 한 차례 인터뷰를 위해 차량을 기다려 본 것이 전부지만, 매주 여러 차례 이 차를 타야 하는 장애인들은 길에서 수많은 시간을 버리며 기다림을 견디고 있었다. 비장애인들은 단 5분만 택시가 안 잡혀도 '답답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고려하면, 가늠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백씨는 "타지역에서도 장애인 콜택시를 타봤는데, 중간에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을 함께 태우기도 했다. 모든 게 예산 문제기 때문에 당장 차를 많이 늘릴 수 없다면, 이런 식으로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며 "기사님의 법정의무교육 기간도 미리 알려주면, 그날은 외출하지 않거나 배차 시간을 넉넉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 공지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점심시간, 늦은 저녁 시간 배차 지연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대전교통약자이동센터 홈페이지에는 특별교통수단의 평일 운행 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야간 차량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로 쓰여있다.

하지만 차고지 이동 등 이유로 접수는 오후 10시 20분까지만 가능하다. 이를 알지 못한 이용자들이 오후 10시 20분 이후 예약 전화를 했다가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백씨는 말했다. 야간 차량은 단 1대 뿐이기 때문에, 당일 오전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타기가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전병욱(51)씨도 하염 없는 기다림은 일상이라고 토로한다.

전씨의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차로 10분 가량 걸리지만, 오전 9시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씨는 늘 오전 7시 30분에 콜택시를 예약한다.

전씨는 "짧으면 2~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는 대기 시간에 한 시간 반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면서도 "이렇게 해도 지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콜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정말 알지 못하는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반복되는 기다림에 전씨는 많이 지친 상태다. 그는 "이렇게까지 해서 움직여야 될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 있어야되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것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고, 여가 생활도 2시간 정도 미리 예약해서 움직여야 하니 힘들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홈페이지에는 "환자가 한시간 반을 밖에서 덜덜 떨며 기다렸다", "차가 빨리빨리 배차될 수 있게 해달라" 등 차량 증차를 요구하거나 배차 지연 문제, 노후화 등을 지적한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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