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4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하여 사우디 군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우리 군 C-130J 군용기에서 하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를 빚고 있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우리 교민들을 무사히 탈출시킨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은 알려진 것 이상의 험난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긴박한 현지 정세 등의 측면에서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미라클)에 버금가는 역대급 철수 작업이었다.
아프리카‧중동 근무 경험이 많은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기자들에게 "공항이 격전지였고 불과 1.3km 떨어진 우리 대사관에서 회의 도중 총소리가 들려 대사가 뛰어나가 확인한 적도 있다"면서 "최고난이도 위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단전단수가 수시로 이뤄지고 발전기가 있어도 포격 위험 때문에 가동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철수는 기정사실이 됐다.
하지만 현지 교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고, 대사관 직원마저 갑작스런 정황 악화로 일부는 시내에 고립되거나 외국 출장 중이어서 엎친데덮친 상황이었다.
수단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4월 23일(현지시간)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서 우리 군 C-130J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가장 큰 어려움은 정보 판단이었다. 아프리카라는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군벌 간 싸움이 벌어지다보니 정황 파악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외교부와 현지공관은 라마단 금식 기간 이후 3일간의 휴일 동안 교전중지 상태인 점에 주목해 이달 23일(현지시간)을 최종 탈출시한으로 잡고 대사관으로 하나둘씩 집결했다.
물론 대사관조차 안전하지는 않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내 중심부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대사관은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여겼고 다른 대안도 없었다.
대사관 직원 중에는 며칠간 긴장 속에 격무에 시달리느라 지쳐 쓰러지는 경우도 발생했고, 이런 환경에서도 1대뿐인 방탄차량을 이용해 교민 실어 나르기를 반복했다.
이런 악조건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비교적 현지 사정에 밝은 우방국들의 도움이 컸다. 아랍에미리트(UAE)와 투르키예, 이스라엘 등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미국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UAE는 수단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육로 이동을 먼저 제안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투르키예도 지진 발생 때의 도움을 잊지 않고 보은의 뜻을 전해왔다.
수단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4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하여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다과 및 음료를 제공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외교부 관계자는 "어려울 때 누가 친구인지 드러나는구나 했다"하는 감회를 밝히면서 탈출이 막막했던 상황에서 여러 나라가 도움을 줬다고 술회했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은 우리 국민이다)이라는 SNS 메시지를 보내며 흔쾌히 협력했다.
고난 속 인류애는 껄끄러운 한일관계에서도 통했다. 우리 정부는 현지 일본인 5명의 동반 탈출 요청을 즉각 수용한 것은 물론, 길을 못 찾는 이들을 태우기 위해 차량까지 보내줬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후 박 장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결국 UAE가 주도하고 우리 교민 28명과 일본인 5명 등이 참가한 다국적 호송대는 수도 카르툼에서 홍해 연안 항구도시 포트 수단까지 장장 1170여km를 무탈하게 이동했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모든 어려움이 중첩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상황 속에 "대사관까지 포함한 교민 28명과 개 1마리 고양이 1마리까지,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작전의 이름을 '프라미스'(Promise‧약속)로 정한 배경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약속 이행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