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수단 하르툼 한 병원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 간 유혈 충돌이 3일째 이어지며 현지 병원마저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RSF(신속지원군)가 교전 중인 하르툼 등지에서 최소 6곳의 병원이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RSF가 16일 수단 수도 하르툼 중앙부에 위치한 알-모알렘 병원을 포위한 채 포격을 퍼부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RSF와 반목 중인 수단 정부군 본부와 불과 수 m 떨어진 이 병원에서는 당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한 의사는 "처음에는 구조되길 기도하다가, 포격이 심해지자 피격당했을 때 가장 덜 아픈 신체 부위가 어디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병원을 떠나면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들과 중환자실 환자들을 두고 왔다면 믿겠느냐"면서 "모든 곳에 죽음의 냄새가 풍겼다"고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군벌간 무력 충돌' 수단 수도 하르툼에 배치된 군사들. 연합뉴스CNN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병원 건물에 있던 6살 아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 2명이 다쳤으며, 산부인과 병동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의약품 보급이 차단된 가운데 군과 민간인 부상자 수십명을 치료하던 하르툼 경찰병원도 17일 아침 포격에 노출됐다고 한다.
이 병원 응급실 의사 무사브 호잘리는 RSF가 포격을 가한 뒤 신생아부터 병원에서 내보내고 병원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병원직원들이 남은 환자와 가족을 대피시킨 뒤 병원을 폐쇄했다면서 "병원이 전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7일 오전 하르툼 대학병원의 한 병동 역시 포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뒤 폐쇄됐다. 알사브 대학병원에서도 같은날 오후 환자와 의료진이 포격을 피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외에도 하르툼 곳곳의 병원 최소 4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의사단체는 전했다.
이 단체는 하르툼 지역에서 포격으로 접근이 어려워지거나 의약품이 동나 강제로 문을 닫은 병원이 최소 12곳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열려있는 병원도 의료진과 의약품 부족, 전력·수도 중단 등으로 포화 상태다. 거리가 사실상 봉쇄되며 의료진 교체 투입도 불가능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르툼의 많은 병원이 혈액과 수액 장비, 정맥 주사액, 의약품과 생명유지장치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3일째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갇힌 상황이 이어지면서 식량과 물, 전력 부족 문제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르툼의 한 의사는 "냉장고와 냉동고 속 식량들은 모두 상태가 나빠졌다"며 "현재 보급품도 전혀 받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하르툼 남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모하메드 하산은 귀청이 찢어질 듯한 전투기와 포격 소리로 도저히 잠을 이루기 힘든 환경이고 모친을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 지도자들과 대화해 깊은 우려를 밝혔다면서 "이미 위태로웠던 수단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이제는 재앙이 됐다"고 경고했다.
이날,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는 지난 15일부터 이어진 수단 무력 충돌로 최소 185명이 사망했고, 18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