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동산'에서 라네프스카야 역을 맡은 배우 백지원. 국립극단 제공 안톤 체호프의 사실주의 연극 '벚꽃 동산'이 5월 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체호프(1860~1904)의 4대 명작으로 손꼽히는 '벚꽃 동산'은 시간과 공간,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뛰어넘는 탄탄한 스토리로 작품이 쓰인 1903년부터 지금까지 120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체호프의 유작이자 마지막 장막극이기도 하다.
체호프는 이 작품에 '희극'이라고 주석을 달고 있지만, 작품에는 삶의 희극성과 비극성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녹아 있다. 혁명을 전후해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이 뒤섞이고, 여전히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귀족의 몰락과 변화된 현재를 살며 성장하는 상인 계급이 대조적이다.
경매 위기에 놓인 벚꽃 동산의 지주 라네프스카야와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성공한 상인 로파힌을 비롯해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체호프의 희곡이 그렇듯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각각의 색깔을 짙게 드러내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벚꽃 동산'의 지주인 라네프스카야 역은 백지원이 캐스팅됐다.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백지원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라네프스카야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농부의 자식이자 신흥 상인으로 훗날 '벚꽃 동산'을 사들이는 로파힌 역은 이승주가 맡는다. 이승주는 지난해 국립극단 연극 '세인트 조엔'에서 샤를 7세 역으로 열연했다.
제59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하지은은 가정교사 샤를로타 역을 연기한다. 또한 국립극단 시즌단원 곽은태, 송철호, 윤성원, 이다혜, 홍지인을 비롯 강신구, 박상종, 박진호, 정슬기, 장석환이 함께 한다.
연출은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맡았다. 연출 인생 30년 만에 처음 연출하는 체호프 작품이다.
김광보 연출은 "'벚꽃 동산'은 인간의 몰락과 부상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사치와 향락에 젖은 캐릭터로만 주로 묘사됐던 라네프스카야를 보다 깊이 있게 분석해 인물의 입체성을 살리고, 적확한 희곡 해석을 통해 원작과 가장 가까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추후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극단 측은 "이번 공연은 '갈매기' 이후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에서 7년 만에 선보이는 체호프 작품이다. 예매 개시 일주일 만에 전체 좌석이 80% 가까이 팔려 나가며 정통 고전에 목말랐던 연극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5월 14일 공연 종료 후에는 김광보 연출과 배우 백지원, 이승주, 정슬기, 윤성원이 참석하는 '예술가의 대화'가 열린다. 매주 목·일은 영문자막(5월 4일·5월 21일 제외), 월·금은 한글자막(5월 5일 제외)이 운영된다.
국립극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