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고체엔진을 사용한 신형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공식 확인하며 예상 외로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단 분리 시간조정을 통한 속도 조절, 고각과 정상각도 발사 배합, 콜드런칭(공중점화) 기술까지 보여줬다. 전략적 유용성이 대폭 증가된 '게임체인저'가 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동성‧은밀성 높은 고체 ICBM으로 美 본토 기습효과 커져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 발사한 화성-18형이 고체연료 방식임을 14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이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같은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장거리탄도미사일도 고체엔진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더라도 넓게 퍼지는 연소 불꽃과 짙은 연기 등 전형적인 고체연료 특성이 드러났다.
고체엔진은 액체연료 방식에 비해 기동성과 신속성, 은밀성이 높아 사전탐지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를 장거리 미사일에도 적용한다면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미국의 체감 위협도 커지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사전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없는 고체 ICBM으로 미국 본토 기습공격 능력 보유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화성-18형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획기적 진전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차 단 분리, 고각‧정각 배합 등도 주목…기술적 진보 과시
연합뉴스이번에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북한은 '시간 지연 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 최대 속도를 제한하고, 1단과 2‧3단의 발사 각도를 달리했다고 밝혔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화성-18형의 1단은 함경남도 호도반도 앞 해상에, 2단은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km 해상에 떨어졌다.
1단 로켓은 정상각도로 북한 영공을 빠르게 지나가게 한 뒤 2,3단 로켓은 고각으로 바꾼 것이다. 이처럼 추력과 각도를 인위 조절한 결과 최종 3단의 사거리는 약 1000km였다.
북한은 주변국 안전과 영내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쏜 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발한 사고를 의식한 듯 이번 시험 장소는 평양 인근이지만 민가가 드문 지역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첫 시험이란 부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둔 무력시위 성격을 모두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체엔진 시험 후 4개월만의 단 분리 시험은 기술 발전의 급진전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단거리 미사일에 주로 쓰인 콜드런칭 방식을 대형 미사일에 적용한 것도 또 다른 기술적 진보로 평가한다.
軍 "킬체인 무력화는 기우"…전문가 "과소평가는 도움 안 돼"
연합뉴스
국방부는 그러나 화성-18형에 대해 중간단계의 시험발사 수준이라면서 체계 개발 완성까지는 추가적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에 보여준 기술이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는 더 첨단화 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국방부는 특히 화성-18형이 우리의 '킬체인'(신속 탐지 및 타격)을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우리의 3축 체계(킬체인,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의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2021년 1월 공언한 5대 국방과업 완성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고, 실제로 빠르게 현실화해 나가는 것을 보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국방과학기술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안보불안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도발 방식과 역량은 갈수록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미의 대응 방식은 그렇지 못한 점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