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3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기대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한국에 뱅크런(예금대량인출) 끝에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예금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예대금리차 축소를 지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신이 정부의 금리조정 시도에 반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만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하반기에 3%로 떨어지는 걸 보고 얘기해야 하기에 (목표치인) 2%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물가를 낮추려면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낮출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며 12월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확인했던 대목을 재차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여전히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호주 등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니 '언제 낮추느냐'고 하는 이야기가 많아 '그게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물가가 내려가도록 언제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인데 시장은 내리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 총재는 SVB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 경제 상황 속에서 예금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 "파월 의장도 SVB 사태에서 가장 놀란 게 스피드라고 한다.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니, 과반이 이런 얘기를 나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디지털화에 민감한 한국에서 SVB 사태와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더 도전적일 것'이라는 질문에 "한국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디지털뱅킹이 훨씬 더 보급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100배 빠르게 예금이 인출될 것이고, 은행은 2시간 내에 예금을 분산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SVB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취지에서 "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적었고,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한은도 예금보호한도 증액 여부에 맞춰져 있는 관련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지급이나 결제망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함께 고민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 원대 PF 손실이 발생했다는 허위 사실이 퍼진 것도 언급하면서 "이런 가짜뉴스가 나오면 일벌백계하고 금융시장 교란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매주 일요일 열리는 경제금융당국 수장 회의에서 자신이 금융당국의 미세금리 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해 "완전한 오보"라며 정면반박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그런 (예대금리차 축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게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대금리차 축소 자체에 대해서도 "고통 분담 차원도 있고 과점 요소로 수익이 높은 은행이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