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전술핵무기용 핵탄두 '화산-31'. 연합뉴스북한이 최근 전술핵탄두 '화산-31'를 최초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을 끝으로 열흘 넘게 침묵하고 있어 배경과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대남‧대미 비방은 계속하고 있지만 이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현 모습은 최근 약 한달 간 2~3일 간격으로 무력시위를 이어온 것과는 사뭇 달라진 행태다.
국방부는 6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 지도부 결심 시 언제라도 7차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전력은 이달 3일까지 대규모 상륙훈련을 벌였고, 이후에도 '니미츠' 항모 등이 참가한 한미일 해군훈련과 B-52H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한미 공중훈련을 잇달아 실시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니미츠함. 연합뉴스북한이 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략자산이 대거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이 기간에 공식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전매체를 통해 주로 대응했고 빈도도 많지 않았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이 6일 나오긴 했지만 '국제안보문제평론가' 명의를 사용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례적 침묵은 일종의 숨고르기 차원이며, 조만간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월 중에 정찰위성 발사나 정상각도 또는 고체연료 ICBM 발사 같은 2건 정도의 큰 무력시위가 예상되며, 이를 위해 힘을 비축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대형 도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정은의 잠행이 길어진다는 것은 과거 패턴으로 볼 때 큰 도발이나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임 교수는 "북한도 객관적 여건상 도발만으로 한미훈련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완급조절을 통해 임팩트 있는 다음 수순을 구상 중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동시 발사한 이후 복합‧변칙적인 무력시위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그간의 도발을 중간 결산하듯 핵무기고를 전격 공개한 뒤에는 열흘 이상 조용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일상적 정치선전과 농업생산 독려에 오히려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미 공중훈련 같은 군사적 경고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발송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