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했는데 '수형기록' 없다고 외면…미서훈 유공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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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300만 명 추정, 유공자 인정 1만 7748명 불과
서훈 대상자 전체의 5% 정도 인정, 엄격한 문서 증거주의 원인
독립운동 격렬한 경남 유공자 1117명 그쳐
고 백정기 선생 등 독립운동 기록·증언있지만 수형기록 없다는 이유로 수훈 제외
"국가보훈부 승격 위상 맞게 증거·사실·기록·증언 근거로 유공자 선정 적극행정 펼쳐야"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년 추모식. 연합뉴스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년 추모식. 연합뉴스
경남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에 비해 독립운동 유공자 수가 전국의 7%에도 미치지 못해 미서훈자 발굴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남연구원 임기홍 연구위원은 '경남 독립유공자 현황과 미서훈자 발굴 적극행정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정책브리프(G-Brief)에서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발굴해야 한다"고 1일 밝혔다.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조선 독립 의사를 전 세계에 알린 날로, 올해 104주년을 맞았다. 3·1 운동의 정신이 곧 대한민국 건국 정신의 근간이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가 할 일은 형식적인 추모가 아니라 독립운동을 했지만, 여전히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한 선조의 사례를 찾고 이들이 서훈받아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와 유족회에 따르면, 구한말 의병을 포함해 3·1운동, 임시정부, 의열·무장투쟁에 참여한 독립운동가가 약 300만 명이고, 이 중 순국선열은 최소 1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공자로 인정된 것은 올해 3월 기준 1만 7748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추정치의 1/10 수준이며, 올해 현재 서훈 대상자는 전체의 5% 정도만 인정받고 있다.

독립기념관 제공독립기념관 제공
경남의 독립유공자 발굴은 더디다. 2021년 4월 기준 유공자 수는 1117명(건국훈장 639명·건국포장 130명·대통령 표창 348명)이다. 올해 3월 기준과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교하면 경남은 전국의 7%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남은 3·1운동 시작 이후 만세 운동이 가장 길고 격렬했던 지역이다. 일본 조선헌병대사령부 기록을 보더라도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경남 전역에서 만세 운동이 일어났고, 179회의 시위가 전개된 것으로 나온다.

시위 참가 인원은 연 10만 명에 달했으며, 179회 시위 중 44회는 일제의 발포에 맞섰고, 20회는 관공서와 일본인의 집, 일본 관·공리, 친일파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81명, 부상자 233명, 검거자 2449명이 발생했다.

학생 독립운동도 가장 많았던 지역도 경남이다.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전국 학교 60곳의 학생 2596명의 학적부를 확인한 결과 독립운동 참여 학생은 경남이 987명(14개교)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가 있지만, 독립유공자 수는 많지 않다. 유공자 서훈 규모가 낮은 이유는 분단과 전쟁으로 기록과 기억이 사라진 데다 입증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해야 하는 등 까다롭고 엄격한 심사 절차가 원인이다.

국가보훈처는 오랫동안 엄격한 문서 증거주의를 채택해왔고, 수형 기록이 아닌 다른 사료나 증언, 증거를 배제했다.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 중에는 독립운동에 이바지한 공로로 임시정부에서 국장(國葬)까지 치러준 사람도 있고, 3·1운동으로 투옥돼 옥사한 사람도 있다.
 
서훈 받지 못한 경남 독립유공자 사례. 경남연구원 제공서훈 받지 못한 경남 독립유공자 사례. 경남연구원 제공
대표적으로 경남에서는 고 백정기 선생, 고 박재선 선생, 고 최영열 선생, 고 오경팔 선생, 고 김용이 선생 등이 독립 운동에 투신했다는 각종 증언과 기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단지 '수형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서훈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최영열 선생과 백정기 선생의 진주·부산형무소 기록은 일제 패망 후 방화 또는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다.

해외 독립운동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고 김창식 선생은 일본에서 조선인 학생과 창씨 개명, 민족말살정책, 강제 징용 등을 비판하며 독립 운동을 모의하다 발각되면서 일본 지바현 형무소에 옥고를 치렀다. 후손이 국가보훈처와 외교부의 도움을 받아 일본 형무소에 공식 기록을 요쳥했지만,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임 연구위원은 '부'로 승격을 앞둔 국가보훈처는 그 위상에 맞게 수형기록 등 엄격한 문서 증거주의가 아닌 증거와 사실을 수집하고, 지역 사학계와 주민들의 향토 기록과 증언 등을 근거로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훈 행정에 있어서 국가의 보답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의심스럽다면 당사자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유공자 창작 뮤지컬. 경남도청 제공독립유공자 창작 뮤지컬. 경남도청 제공
이어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독립유공 미서훈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다수의 서훈을 끌어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경찰청은 2018년 보훈처에서 독립유공 재심사를 요청했다. 그중 제3대 서울 여자경찰서장을 지낸 안맥결 총경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국가보훈처가 '3개월 이상의 옥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서훈을 거부했지만, 경찰청에서 안 총경의 독립운동 이력을 보훈처에 전달하고 심사를 요청하면서 뒤늦게 건국포장이 추서됐다.

임 연구위원은 "내년 105주년 3·1절을 준비하면서 독립유공자와 후손 찾기 사업에 능동적이어야 한다"며 "올해 독립유공자 찾기와 보훈 체계 재점검 작업을 대대적으로 수행해 도내에서 현재보다 더 많은 수의 독립유공자 서훈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을 11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국격에 걸맞은 보훈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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