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흥행 '소액생계비대출'…"지속 대책 필요"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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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자에도 불구, 취약계층 관심 높아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재원도 빨리 소진될 듯
전문가들 "풍선효과 나타날 수 있어…지속가능한 서민금융 고민해야"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출시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출시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소득이 없거나 연체 이력이 있는 취약계층도 최대 1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인기가 높다. 지난 22일부터 진행된 사전예약은 사흘 만에 2만5144건이 접수됐다. 다음 달 21일까지 진행될 상담 일정의 약 98%에 해당하는 수치다.

16%에 육박하는 최초 이자율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대부업을 한다"는 비판마저 터져나오고 있지만,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관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서민금융 정책을 주문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소액생계비대출 사전상담 예약을 한 1264명 중 실제 전국 서금원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이들은 116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26명이 평균 65만1천원을 대출받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취약계층이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등 불법 사금융을 접하지 않도록 정부가 생계자금을 대출해 준다.

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총 6712건의 불법사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연환산 평균 금리는 연 414%에 달하며, 평균 대출금액은 382만원에 이른다.

비교적 적은 100만원이라는 한도에 시작 금리가 15.9%로 고금리인데도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벼랑 끝' 서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이렇게 빨리 예약이 마감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서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예약 첫날이었던 22일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사전예약 첫날이었던 22일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캡처 
금융당국은 앞서 신청자가 몰리며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혼잡이 벌어지자 황급히 신청방식을 매주 수~금요일 동안 향후 4주간의 사전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정책 서민금융상품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제도가 취약 차주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지속되지 못하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란 우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이 빨리 소진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정말 생활비가 필요한 와중에 대출을 받은 분도 있고, 이미 제 2, 3 금융권에 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다보니 추가로 받는 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모럴 해저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회성 소액 대출이 과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는 실효성 논란도 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시장에 내몰리기 직전의 취약 차주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를, 고작 한도 100만원으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저신용자 대상 저금리 정책상품의 긍정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에 따르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상품의 긍정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다시 고금리 대출을 늘리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취약 차주의 채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대면 상담을 통해 채무조정·복지·고용과 연계해준다는 점을 들며 반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복지·일자리 등 해법까지 제시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돕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재원도 문제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올해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은행권의 기부금 등 1000억원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예상보다 인기가 높아 더 빨리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소진 상황을 보고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은행 등에 대한 기부금 증액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데,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언 발에 오줌누기' 식 해법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취약 차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흥행으로 증명됐다. 차라리 금리를 낮춰 지원금 형식으로 주거나 정부가 요건을 갖춘 차주에게 보증을 서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좀 더 지속성이 있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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