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캡틴 양희종이 자신의 등번호 11번이 경기장 천장에 걸리는 모습을 가족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KBL"우승을 못 하면 은퇴를 1년 미룰까 생각했었는데 경기 전에 우승 소식을 들었습니다"
양희종이 직접 정규리그 우승을 언급한 순간 뜨거운 함성이 농구장을 가득 채웠다.
안양 프랜차이즈의 영원한 캡틴 양희종의 은퇴식이 열린 날, KGC인삼공사는 6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
2007년부터 17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양희종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KGC인삼공사는 26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원주 DB와 홈경기 하프타임 때 '라스트 디펜스'라는 멋진 부제 아래 양희종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KGC인삼공사에게는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지만 이날 경기가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라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양희종을 위해 작별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오랫동안 양희종의 시대를 지켜본 팬들은 추억에 잠겼다. 양희종을 센터로 두고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이 함께한 '인삼신기'부터 2012년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위닝샷, 2017년 챔피언결정전 최종전 3점슛 8개 폭발, 2021년 플레이오프 퍼펙트 우승 등 영광의 순간들이 화면을 통해 소개됐다.
그와 같은 시대에 뛰었고 국가대표로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합작했던 김주성 DB 감독대행은 양희종을 "착실함의 대명사"라고 정의했다.
김상식 KGC인삼공사 감독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양희종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득점력이 출중하지도 않다. 하지만 양희종이 버티는 안양 구단은 모든 팀들에게 난적이었다.
최우수수비상 1회, 수비 베스트5 6회 선정 등 화려한 경력이 증명하는 압도적인 수비력,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 팀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은 지난 17년 동안 안양 프랜차이즈를 지탱한 힘의 원천이었다.
양희종은 연세대 4학년 시절이던 2006년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그 정도로 다방면에서 팀을 돕는 그의 능력은 모든 사령탑의 로망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안양 프랜차이즈의 통산 세 차례 우승 순간마다 늘 양희종이 있었다.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기념 촬영. KBL양희종은 하프타임 때 진행된 행사에서 "수많은 경기에서 슛을 미스하고 실수를 하도 팬들께서는 저를 묵묵히 응원해주셨다"며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열정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전하는 순서가 끝난 뒤 아이돌 그룹 위너(WINNER)의 보컬 강승윤이 깜짝 등장해 양희종의 가족을 앞에 두고 자신의 솔로곡 '캡틴'을 불렀다.
'난 그대의 선원 그댄 캡틴이라오', '나의 보스 나의 리더 나의 히어로 나의 캡틴' 등의 가사말이 담긴 노래 '캡틴'은 평소 양희종이 좋아하는 노래로 강승윤은 KGC인삼공사 구단의 요청에 흔쾌히 공연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KGC인삼공사는 양희종의 등번호 11을 찬란한 역사로 남겼다. 양희종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등번호가 영구결번되는 선수가 됐다. 코트를 떠나는 선수에게 이보다 큰 예우는 없다. 이제 양희종을 상징하는 숫자 11은 마치 하늘에 별이 떠있는 것처럼 영원히 안양 코트를 수놓을 것이다.
양희종의 동료들은 감격에 젖은 캡틴에서 승리를 선물했다.
DB전을 앞두고 2위 창원 LG가 서울 SK에게 패하면서 KGC인삼공사의 역대 세 번째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 동기부여가 다소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희종의 동료들은 캡틴의 은퇴식이 열린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KGC인삼공사는 DB를 76-71로 눌렀다. 변준형은 18득점 5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양희종과 세 차례 우승의 영광을 함께 나눴던 오세근은 15득점 7리바운드로 승리에 기여했다. 오마리 스펠맨은 종료 1분8초 전 쐐기 3점슛을 터뜨리는 등 15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상식 감독은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종료 52.3초를 남기고 양희종을 코트에 투입했다. 정규리그 우승의 순간을 코트에서 만끽하라는 사령탑의 배려였다. 스펠맨은 종료 버저가 울리기 직전 양희종에게 공을 건넸다. 양희종이 하늘높이 공을 던지는 순간 우승 축포도 함께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