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파산 공포에…국내선 '부동산 PF대출' 리스크 재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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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에 금융권 대출 급증했는데
고금리·고물가에 시장 급랭…부실화 우려
저축銀·중소 증권사 등 비은행권 리스크 부각
새마을금고,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액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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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휘청이면서 금융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국내에선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해당 대출의 부실화가 본격화 될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도 줄을 잇고 있다.
 

비은행권 부동산 PF대출 급증…저축은행, '고위험 대출' 비중 높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비은행권 금융사들은 부동산 호황기 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부동산 PF대출이란 말 그대로 부동산 사업을 진행할 때 이뤄지는 대출이다. 차주의 신용도나 담보물을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토대로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한국은행의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비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은행권(30조 8천억 원)의 3배에 가까운 85조 8천억 원에 달한다. 2015년 말 21조 1천억 원이었던 것이 7년 사이 4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10조 6천억 원으로, 보험사나 여전사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대출 비중이 비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한 대출 비중은 84.6%, 공정률이 60% 이상이지만 분양률은 50% 이하인 사업장 등 고위험처에 대한 대출 비중도 29.4%에 달했다. 저축은행 다음으로 부실 우려 사업장 대출 비중이 높은 곳은 증권사였다. 3조 5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PF 대출 가운데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 비중은 77.6%,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24.2%다.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비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PF 대출 관련 채무보증 잔액(23조 9천억 원)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증권사는 그간 자체적으로 돈을 끌어오기 어려운 시행사에 대해 채무보증(신용보강)을 서면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을 도와 투자자를 모으는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유동화증권은 단기채로서,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 발행해 이전분을 상환하는 차환이 빈번하게 이뤄지는데 만약 차환에 실패하면 대체로 증권사가 대신 물량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 급랭…PF대출 연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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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출의 근거였던 '사업 수익성'이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급감과 고물가와 맞물린 공사비용 증대로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 5359호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물량의 84%는 지방에 집중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의 주택종합매매가격(전월 대비)은 작년 6월부터 하락 전환(-0.01%)된 뒤 7월 -0.08%, 8월 -0.29%, 9월 -0.49%, 10월 -0.77%, 11월 -1.37% 12월 -1.98%로 낙폭을 확대해왔다. 올해 1월 들어 -1.49%, 2월엔 -1.15%로 축소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망은 좋지 않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의 부진은 앞으로도 높은 대출 금리, 매매‧전세 가격의 연쇄하락 등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만큼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말 0.18%였던 것이 작년 3분기 0.61%로 뛰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카드사를 제외한 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 상호금융‧은행‧저축은행‧증권사‧보험사‧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1조 14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와 저축은행 대출의 연체율이 각각 8.2%, 2.4%로 가장 높았다.
 
중소형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시장의 우려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PF 사업 부실화의 영향은 여타 금융자산 가격 하락의 충격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자금시장과 금융권 전반의 충격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찬가지로 한은도 "주택시장 부진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높은 금융기관의 취약성을 높여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일각에서 유동성 우려까지 제기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100% 대비 77.1%포인트를 초과한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수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여전히 불안한 시선이 감지된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SVB 파산에서 볼 수 있듯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1~2년 간은 안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급격한 예금 인출이 일어나면 양호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부실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부동산 기업 대출 연체액, 한 달 사이 9천억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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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에 속하는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액이 최근 한 달 사이 1조 원 가까이 불어난 점도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기류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건설‧부동산 기업에 제공한 대출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6조 4천억 원이다. 이 가운데 연체액은 5조 2천억 원(연체율 9.23%)으로, 작년 말 4조 3천억 원(7.67%)에서 불과 한 달 사이 9천억 원이나 불어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대출 성격과 관련해 "거의 대부분 토지조성용 또는 토지조성 이후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이라며 "부동산이 경기 민감 업종이라 흐름에 따라 연체율이 오르내릴 수 있는데, 지금 단계는 충분히 연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준공 후 부동산 가치와 그 담보 인정비율에 근거한 관리형토지신탁형태의 건축자금 대출도 취급하고 있는데, 2019년말 1694억 원에 불과했던 해당 대출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15조 7527억 원으로 급증했다. 연체대출액은 11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앙회 관계자는 "우선 수익권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대출을 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담보가 사실상 없는 부동산PF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라 관련 대출의 연체가 증가하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부동산 관련 대출 현황을 매주 점검하고 연체 사유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금년 중 부동산 대출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타 상호금융권기관과 동일 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상호금융권인 농협, 신협 등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감독을 받지만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행정안전부로부터 감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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