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해리 스타일스의 첫 내한 공연 '해리 스타일스 러브 온 투어 2023'가 열렸다. Lloyd Wakefield 제공관객석에 마이크를 달았나? 그럴 리가 없는데도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2층 꼭대기에 가까웠는데도 스탠딩석에서 내뿜는 열기와 뱉는 함성이 바로 옆에서 보이고 들리는 듯했다. 관객들은 어떤 노래가 나와도 아낌없이 열광했고 무대 위에 선 주인공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쳤다. '해리!'
지난해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 제6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탄 세계적인 팝 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20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 공연 '해리 스타일스 러브 온 투어 2023'(HARRY STYLES LOVE ON TOUR 2023)을 열었다.
내한 소식만으로 한국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 해리 스타일스는 '명불허전'을 몸소 입증했다. 라이브 밴드 연주 아래 뛰어난 라이브를 선보인 것은 기본이었다. 여러 소품을 가지고 무대에서 재롱을 부리거나, 짤막한 한국어 인사를 준비해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해리 스타일스는 지난해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해리스 하우스'로 제65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탔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해리 스타일스는 보라색과 연두색이 교차하는 줄무늬 민소매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광택이 나는 소재로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정규 3집 '해리스 하우스'에 수록된 '뮤직 포 어 스시 레스토랑'(Music For a Sushi Restaurant)이 이번 공연의 첫 곡이었다. 알아서 척척 떼창하는 관객을 보고 해리 스타일스는 '끝까지 따라 불러달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기타를 둘러매고 나온 두 번째 곡은 코러스가 특히 흥겨운 분위기를 배가했던 '골든'(Golden)이었다. 세 번째 곡은 '어도어 유'(Adore You)였다. 둘 다 2019년 12월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파인 라인'(Fine Line)에 실린 곡이었다. 해리 스타일스는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는가 하면 여러 번 손 키스를 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한국, 안녕하세요!" 세 곡의 무대를 마친 해리 스타일스는 준비한 한국어 인사로 운을 뗐다. 그는 "내 이름은 해리다. 오늘 한국에서 이렇게 함께해서 기쁘다. 이번이 한국에 처음 오는 건데 공연장에서 만난 여러분을 환영한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고맙다. 오늘 우리 함께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고, 그러리라 약속한다"라며 다시 한번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해리 스타일스의 첫 내한 공연 포스터.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편안하고 잔잔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킵 드라이빙'(Keep Driving)과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며 조금은 느긋한 템포의 '우먼'(Woman), 도입부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해리 스타일스의 담백한 음색으로 청자를 매료하는 '마틸다'(Matilda), 뒤로 갈수록 연주도 보컬도 고조되는 '새틀라이트'(Satellite), 가사도 멜로디도 산뜻한 '레이트 나이트 토킹'(Late Night Talking), 여름 풍경이 떠오르는 '워터멜론 슈가'(Watermelon Sugar), 원 디렉션의 대히트곡 '왓 메익스 유 뷰티풀'(What Makes You Beautiful) 등 다양한 곡이 세트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첫 내한 공연이었던 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공연장에 온 팬들의 열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를 만끽하며 분위기를 더욱더 들끓게 한 것은 '슈퍼스타' 해리 스타일스의 끼와 여유였다. '트리트 피플 위드 카인드니스'(Treat People With Kindness)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하고 나타나 환호를 받았고, '워터멜론 슈가' 무대에는 핫핑크색의 깜찍한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리틀 프리크'(Little Freak) 때 자연스레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을 향해 "할 수 있는 만큼 크게 불러줘요"라고, '시네마'(Cinema) 때는 모두 높이 손을 들라고 요청했으며 태극기를 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점은 '애즈 잇 워즈'(As It Was) 때였다. 작은 손짓만으로 밴드 멤버들의 연주를 조종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개인 멘트가 엄청났던 현장에서도 '쉿' 포즈로 장내를 조용히 만든 후 마지막 곡 '키위'(Kiwi)로 안내했다.
해리 스타일스 공연 현장에는 1만 5천 관객이 함께했다. Lloyd Wakefield 제공한국에서 하는 첫 공연이기에 특별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해리 스타일스는 "사랑해요"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중간중간 곁들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내한까지 13년을 기다렸다는 한 팬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온 스케치북을 긴장해서 조금 늦게 넘기자 끝까지 넘길 수 있도록 기다려서 하나하나 문장을 읽어줬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한 팬에게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자고 제안했다. 그 순간 1만 5천 관객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불렀다.
해리 스타일스는 공연을 즐기는 관객에게 쉴 새 없이 '감사'를 전했다. 본 무대 마지막 곡이었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무대에서는 "여러분, 오늘 완벽한 밤이었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팬들은 떼창과 함성으로 화답했다. '마틸다'와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 때는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켜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앙코르 두 번째 곡이었던 '애즈 잇 워즈'에서는 가사 일부를 떼창했다. '해리, 당신은 우리 삶의 사랑'이라는 손팻말 이벤트도 있었다.
첫 내한 공연 종료를 코앞에 두었을 때, 해리 스타일스는 함께해준 밴드와 이 공연을 위해 무대 뒤에서 애쓴 스태프에게 응원의 의미로 환호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에 감사를 표한 대상은 이날 공연에 와 준 한 명 한 명의 관객이었다.
약 100분 동안 18곡을 부른 해리 스타일스는 아마도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만한 말을 남겨 다음 공연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공연이 처음일 수는 있지만, 마지막은 아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