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 한일정상회담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는말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시민사회단체가 '일본의 사죄와 대응 조처'가 빠진 일방적인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국민적 동의 없이 모든 걸 내어준 '굴욕외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서울 지역 14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심판 서울시국회의'와 녹색·정의·진보당 서울시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우리 국민 요구는 하나도 이뤄진 것 없는 최악의 외교참사"라고 규탄했다.
이어 "일본은 자위대 한반도 출병을 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독립을 위해 싸워온 역사를 지우고 일본의 동북아 지배 야욕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담 결과를 두고 "국익을 위한 외교와 미래를 위한 결단을 찾아볼 수 없는 모든 것을 갖다 바치는 굴욕적 협상의 성적표만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셔틀 외교' 복원,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급 전략대화의 조기 재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완전 정상화 등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나라 팔아먹은 대통령은 필요없다", "친일매국 윤석열 정권 반드시 심판하자", "굴욕적인 구걸외교 한일 정상회담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민중행동 권명숙 집행위원장은 "도대체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내놓은 것은 무엇이냐"며 "(윤 대통령은) 구상권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리 피해자들의 권리를 팔아먹었다. 국익도 실리도 명분도 피해자들의 존엄도 내팽겨쳐졌다"고 규탄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경제, 군사안보, 역사정의, 피해자 인권 모두 내어주고 일본으로부터 받은 것은 무엇이냐"며 "일본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범죄사실 인정과 사죄는커녕 아베가 만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용어로 강제동원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문서화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밝혔지만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언급은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서울시국회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가면을 쓴 사람이 '위안부 합의이행', '독도 영유권 주장 인정', '한반도 자위대 진출' 등이 적힌 쓰레기봉투를 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쓴 이에게 건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진보당 서울시당 오인환 위원장은 "다수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한 것을 주목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극우 내각을 포함한 역대 내각 입장을 계승했다는 부분"이라며 "일본 극우 정권은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고 지칭하는 등 침략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서도 부정해왔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정하는 극우 입장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한 것과 관련해 일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했지만 아직 화이트리스트는 원상회복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정의당 서울시당 정재민 위원장은 "한일 관계를 경색시킨 본질인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라고 일본에 요구하고 일본의 과거사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일이 미래로 가는 시작임을 분명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아 서로 입장이 너무 다른데 일본과 한국의 국익이 어떻게 같고 '윈윈'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에 WTO 제소를 철회하는 큰 선물을 바쳤지만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도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수십 년의 투쟁으로 쟁취한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역사를 포기한 대가로 얻은 성과라며 강조한 한일 군사협력의 강화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는커녕 동아시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일 굴욕외교 규탄 3차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