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비리 범죄 수익 중 일부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건넸고, 이 중 1억 원을 김 전 부원장이 옷에 넣어 갔다고 주장하자 재판부가 16일 직접 시현에 나섰다.
유 전 본부장은 1억 원을 골판지 상자에 넣고 봉투에 담은 뒤 외투 안으로 숨겨서 가져갔다며 직접 시현했지만,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재판부는 "외부에서 다 인지할 수 있는 상황 같다"라며 의아함을 보였다.
"외투 안에 1억 원" 직접 시현한 유동규…재판부 반응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도 유동규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지난 재판에서 약 6억 원을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1억 원과 3억 원, 2억 원 순으로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원장이 1억 원을 외투에 숨겨서 갔고, 또 3억 원은 자신이 봉투에 담아 15분가량 걸어가 건넸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많은 돈을 그렇게 가져갔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날 재판에서 시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이날 시현이 이뤄졌다. 검찰이 실제 돈을 준비했고, 돈을 담았다는 골판지 상자도 법정에 가져왔다. 검찰로부터 돈을 건네 받은 유 전 본부장은 직접 시현에 나섰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유 전 본부장은 1억 원을 골판지 상자에 넣고 쇼핑백에 넣은 뒤 자신의 정장 안에 넣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하지만 정장 밖으로 봉투가 불쑥 튀어나온 다소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자 법정 안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용 전 부원장조차 웃음기를 보였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번엔 코트로 갈아입고 넣어 보라고 요구했고,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따라 시현했지만, 쇼핑백은 이번에도 외부로 어색하게 드러났다.
재판부는 "외부에서 다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유 전 본부장은 3억 원을 들고가는 모습도 시현했다. 3억 원이 든 골판지 상자를 쇼핑백에 담고, 그 위에 쇼핑백을 덧대어 가져갔다며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재판부는 자신들도 직접 들어보겠다며 재판장과 주심 판사가 직접 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렇게 3억 원을 들고 경기도청 앞으로 걸어갔다는 것인가"라며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한 정도의 무게이거나 힘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날짜 특정 못하자… 김용 "언제 줬냐" vs 유동규 "본인이 알 것"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이날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부원장은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투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을 건넨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탓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4월부터 경기도 분당의 한 사무실과 광교의 한 버스 정류장, 경기도청에서 각각 1억 원과 2억 원, 3억 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자 김 전 부원장이 날을 세웠다.
김 전 부원장은 직접 발언권을 얻고서 "제가 돈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달라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잠시 기다려보시라. 전화했는지 만났는지 기억을 해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받은 사람이 제일 잘 기억하지 않겠는가? 아마 7월이 제일 마지막일 것"이라고 김 전 부원장을 몰아세웠고 이에
김 전 부원장은 "검찰 공소장에는 6월 경이라고 돼있는데 이를 부인하는 것"인가라고 맞섰다.
김 전 부원장은 "여기서 김용을 빼면 말이 된다. 8~9월에 그냥 유동규가 받은 것이다. 정치 자금을 건네는데 언제 건넨 것인지는 너무 중요한 것"이라고 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이 "받은 사람이 더 잘 알겠죠? 고발하려 했으면 내가 써 놓았을 것"이라며 서로 고성을 주고받았다.
재판부는 직전 공판에 이어 이날도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2020년 봄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대선 경선 자금으로 20억 원을 요구했고, 2021년 초엔 김용 전 부원장이 20억 원을 요구했다. 둘은 서로 요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정진상과 김용, 유동규는 가깝게 지냈고 돈을 달라고 한 자금은 대선 경선 자금이다"라며 "대선 경선 자금이면 세 분이 가까운 사이인데 왜 서로 (돈을 마련하라고 한 사실이) 공유가 안 됐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있을 수 있고, 말을 하더라도 본인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또 재판부는 "2021년 7월에 마지막 돈을 줬다고 얘기를 했는데, 공소사실과 다르다. 7월에 정치자금을 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