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을 진단받은 노동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정 수준의 인력을 충원하고 환기 시설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학비노조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비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무상급식의 가장 큰 공헌자인 학교 급식노동자의 희생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는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관계기관 TF 구성 및 환기설비 개선 확대 등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급식 종사자 2만여명을 검진한 결과 폐암이 의심되는 사례는 139명, 이 가운데 31명은 폐암 확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비노조는 "모두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이라는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급식을 만들다 구부러진 학교 급식노동자의 손가락과 화상으로 얼룩진 피부, 폐 속에 자라난 암세포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을 진단받은 노동자도 참석했다. 서울의 중학교 급식실에서 8년을 근무하고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한 급식노동자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일하는 급식실은 700여명 먹을 음식을 튀기고 볶으며 일한다"며 "환풍기가 돌아가길래 당연히 환기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폐암에 확진된 학비노조 조합원이 급식 현장의 노동 환경에 대해 증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조리중 뿌연 수증기와 연기가 가득 차 답답했지만, 학생들의 급식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했다"며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을 빨리 고쳐서 급식종사자들에게 죽음의 일터가 아닌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급식실이 되게 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학비노조는 학교급식실 노동자 인원 충원, 환기 시설 개선, 노출 빈도 최소화 등을 요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박종민 기자
강 의원은 "2021년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인정 사례가 처음 발생한 이래 대책 발표가 없던 교육부가 처음으로 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햇수로 2년이 경과해서야 첫 대책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며 내놓은 대책은 속 빈 강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미경 수석본부장은 "마스크 착용 등 대책에 이르러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발암물질인 '조리흄'은 초미립자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로 초미립자 차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 의원이 분석한 급식실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와 교육부의 중간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났다. 앞서 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급식실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더니 4만2077명 가운데 32.4%인 1만3653명의 폐 CT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가 발표한 중간 결과는 2만4065명 가운데 폐암 의심 소견이 139명으로 0.5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