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북한이 그간 여러 차례 시험발사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순항미사일(SLCM)까지 선보였다. 더 느리고 탄두 중량도 보다 적지만, 탐지하기는 어려워진다.
북한이 그동안 SLBM을 발사해 왔던 고래급(신포급) 잠수함인 '8.24 영웅함'은 수직발사관(VLS)을 함교에 설치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실험함 성격이 강해, 우리 군 당국은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뢰발사관에서 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미사일의 등장으로 얘기가 달라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아침 이같은 소식을 보도하고 사진을 공개하며 "수중발사훈련을 통하여 미제(미국)와 남조선(한국) 괴뢰역도들의 반공화국(반북한) 군사적 준동이 노골화되고 있는 현 정세를 시종 압도적인 강력한 힘으로 통제관리해 나갈 우리 군대의 불변한 입장이 명백히 표명되였으며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 가동 태세가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북한 발표 내용을 보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 동해에 설정된 8자형 비행궤도 1500km 거리를 7563~7575초 비행하여 표적을 타격했다고 한다. 평균 초속 198m 정도에 해당하니 마하 0.58(음속의 0.58배)로, 그전에 북한이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한 순항미사일의 제원과 거의 비슷하다.
순항미사일은 터보팬 엔진이나 터보제트엔진을 써(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램제트 엔진) 마치 비행기와 원리가 비슷하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을 써서 속도가 빠른 대신, 포물선 궤도가 기본으로 기동탄두 재진입체(MaRV) 등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행경로를 바꾸기 힘들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린 대신 마치 무인기처럼 자유자재로 비행경로를 바꿀 수 있다.
북한, 잠수함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특히 순항미사일은 해수면 또는 지면에 바짝 붙어 날아다니는 시 스키밍(sea skimming)을 통해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것 자체가 주된 목적 중 하나인 무기체계다.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 때문에 레이더는 먼 거리에서 일정 고도 이하의 물체를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고도 30~50m 정도로 날아다닌다.
그러므로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위력은 낮은 대신, 탄도미사일처럼 발사 초기부터 탐지될 가능성이 낮으며 여기에 더해 목표를 정밀타격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러려면 정밀유도기술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기 단계의 시험발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진짜 문제는 이 순항미사일이 잠수함에 탑재돼 어뢰발사관에서 운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발사 각도와 함께 2발을 발사했다는 점으로 인해, 수평으로 설치된 어뢰발사관에서 이번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이는 무기 개발사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어서, 당장 우리나라도 손원일(214)급 잠수함부터 해성-3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운용해 왔다. 이는 현무-3 순항미사일의 잠수함 버전으로, 이 때문에 손원일급의 533mm 발사관 8개 중 4개는 압축공기 발사관이다. 캡슐 등에 담긴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냈다가 모터에 점화해 목표를 향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 기술이 필요해서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SLCM의 개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중령)는 "순항미사일까지 잠수함에서 발사하며 다양한 미사일의 발사 방법과 지점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미사일의 탐지·요격 가능성을 최소화해 생존력을 높여 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억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활용된 '8.24 영웅함'은 SLBM 발사를 위해 함교탑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하는, 과거 강대국들의 잠수함 개발 중간과정에서 보였던 형태를 띠었다. 이 잠수함은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SLBM도 1발만 탑재 가능한데다 발사하고 나면 잠수함 자체가 손상돼 신포조선소에서 수리를 받는 정황 등이 포착되곤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신포조선소를 시찰하는 과정에서 공개된 로미오급 개조 잠수함. 이 잠수함은 SLBM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진수되지 않았다. 연합뉴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SLBM 탑재 잠수함을 개발하는 모습을 2019년 7월에 공개하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진수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한국 언론에서 흔히 언급되는 3천톤급 잠수함이라는 것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며 "로미오급을 개조한 문제의 잠수함이 오인된 것으로, 아직 진수(물에 띄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되는 SLCM은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고래급과 비슷한 배수량의 로미오급을 20척 정도 운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래급의 어뢰발사관에서 SLCM을 운용할 수 있다면, 로미오급의 어뢰발사관에서 운용하는 일은 사실상 시간 문제가 된다.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 대규모 개조를 하는 것보다 품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며, 실제로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들 중 많은 수가 그렇게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 잠수함 전력은 연구기관에 따라서 최소 71척에서 최대 83척까지 보유된 것으로 평가되고 어느 경우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SLCM을 어뢰관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말은 기존의 구형 잠수함에서도 발사 가능하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로미오급 이상의 잠수함에서는 SLC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려면 어뢰발사관을 통해 SLCM을 쏜 뒤에도 잠수함이 손상되지 않고 수중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잠수함은 은밀성이 생명이고, 그러려면 물에 계속 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파악하고는 있지만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답했다. 이를 알려면 다양한 출처의 첩보를 활용해야 하고, 출처를 반드시 은폐해야 하는 특수정보(SI)까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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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해성-3를 운용하는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퇴역 해군대령)은 "아직은 북한의 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에 탑재할 수 있는 전력화는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순항미사일 자체가 완전히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고 반드시 필요한 정밀유도 기술 등 필요한 성능을 확보했는지가 로미오급에의 전력화에 관건이 된다. 미사일을 잠수함 어뢰발사관에 탑재하는 것 자체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그렇게 발사하더라도 함체에 별로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순항미사일은 위력은 상대적으로 낮아도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발사 초기 탐지가 어렵기 때문에, 목표 가까이에 와서야 탐지와 요격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일찍 보지 못하면, 그만큼 요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짧아지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우리가 탐지하기 어려운 미사일을 더 많이 개발하고, 이를 더 많은 잠수함에 탑재해 그만큼 한미가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0시부터 11일간 전구급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연습이 시작된데다,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도 있어 어떤 형태든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또다른 도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지난 2월 19일자로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라고 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 3월 12일 노동신문에 보도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8기 5차 확대회의 내용 등을 근거로 들어 "큰 틀에서 북한은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미의 행동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