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은 6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을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결국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하고 일본 사과도 기존 담화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며 "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 국민은 이 굴욜적인 강제동원배상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민심을 저버리는 건 결국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됐던 위안부 졸속 협상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민주당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든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일본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할 돈을 왜 우리가 대신 물어줘야 하나"라며 "이는 대일 굴종외교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은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에 얽매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며 "기사에는 일본 정부에서 파견한 총독이나 할 소리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확정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상금을 일본 기업은 빠진 채 국내 기업 등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돈으로 지급하는 '제3자 변제' 안을 공식 발표했다. 황진환 기자
'강제동원 사죄·전범기업 배상 촉구 의원 모임' 소속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53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을 즉각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는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으로 한일 관계 역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일 굴욕 외교의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군함도, 사도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등 산적한 대일 외교 현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으며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3자 변제 해법 어디에도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강조해온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는 찾을 수 없다"며 "이번 정부 발표로 더욱 오만해진 일본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 또한 전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제3자 변제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강제동원은 불법이며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정신의 훼손이며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배상안 굴욕 해(害)법을 철회하고 해(解)법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김홍걸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이 의원. 연합뉴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에서 "전형적인 자기부정적 해법이자 피해자의 정부가 가해자의 눈치를 보는 망국적 외교, 굴욕 해(害)법"이라며 "불법적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명시한 대법원 판례를 우리 정부가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식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대신 변제하는 방식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재단에 출연한 뒤 향후 일본 기업 참여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