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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반도체 내우외환…재고 쌓이는데 美패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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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재고 12주치, 건전 수준의 3배…1Q말 15주치까지↑
바닥 친 가격, 올해 회복 '불투명'…반도체 수출 '반토막'
美반도체 보조금, '초과이익 공유'·'회계장부 공개' 조건
中공장 투자·생산 규제 수위 결정할 '가드레일' 발표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조금 독 될 수도…신청여부 고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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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형국에 빠졌다.
 
반도체 재고는 역대 최대 규모로 쌓였는데 가격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이라는 '당근'을 내밀었지만, 그 조건 때문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불어나는 반도체 재고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52조 1878억 원이다. 이런 재고자산 규모는 사상 최대치로 1년 전보다 26%(약 10조 원)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재고자산이 15조 6330억으로 전년의 8조 9500억 원에서 75% 가까이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감소가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SK증권은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인 D램의 업계 재고가 11~12주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건전한 수준의 재고가 4주인 점을 생각하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나아가 출하량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말에는 재고가 15주치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램 가격, 바닥 밑 지하실…올해 반등 어려울 수도


연합뉴스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평균고정거래가격이 전월과 같은 1.81달러라고 집계했다. 지난해 7월 4.1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재고가 늘면서 3월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D램 재고가 정상 수준을 회복하려면 생산 비트 그로스(Bit Growth)는 3~5% 감소하고 출하 비트 그로스는 15% 증가해야 한다고 SK증권은 분석했다. 하지만 올해 수요 비트 그로스가 10% 초반이기 때문에 올해 D램 평균고정거래가격의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 그로스는 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을 뜻한다.

 

수출은 '반토막'…늘어가는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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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수출 기반인 우리나라 경제에 암울한 먹구름을 짙게 한다.
 
이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월 -44.5%에 이어 2월 -42.5%로 두 달 연속 '반토막'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째다. 특히 △지난해 8월 -7.8% △지난해 10월 -17.4% △지난해 11월 -29.9% △지난해 12월 29.1% △올해 1월 -44.5% 등으로 감소폭이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재 우리나라 누적 무역 적자는 두 달 만에 180억 달러에 육박해 지난 한 해 무역적자의 약 38%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는데,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6년 만이다.


美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 공개…벌써 '숨이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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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이 법은 미국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0조 8천억 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7조 2천억 원)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5천억 원)를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신청하면 최대 25억 5천만 달러(약 3조 4천억 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150억 달러(약 19조 9천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만 발표했다.
 
문제는 보조금 지원 '조건'이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지원공고 내용에는 '초과이익 공유'가 담겼다. 즉 1억 5천만 달러 이상 받은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또 미 상무부는 보조금 심사를 위한 회계장부도 요구했다. 특히 △주요 생산 제품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및 원료명 등 자료를 요구 목록에 포함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기밀'로 볼 수 있는 자료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가드레일 조항 남아



이밖에 △미국 경제 및 국가 안보 목적에 도움 △노동자 육아 지원 △보조금으로 자사주 매입 금지 등의 내용도 보조금 지원 조건에 포함됐다.
 
핵심은 아직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사실상 중국에 대한 반도체 시설 투자 등을 제한하는 협약을 미국 정부와 맺어야 한다. 가드레일 조항은 그 구체적인 '제한' 사항이 명시될 예정이다.
 
그 제한의 수위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중국 내 시설 투자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사실상 반도체 생산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가드레일 조항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기업은 보조금과 그에 따른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신청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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