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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성대결→약자 희화화…혐오 키우는 OTT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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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피지컬: 100' 성대결부터 'SNL 코리아' 약자 희화화까지
모순된 불공정에 혐오·편견 강화…"소비되니까 생산"
"선 넘는 설정이 인기…OTT 심의 없어 제작자 양심에"
"약자 배려 없는 사회, MZ세대도 '이대남' 정서 과대표"

바야흐로 OTT 예능프로그램 전성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전세계 1위에 올랐고,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3'(이하 'SNL 코리아')은 유튜브 숏츠(짧은 길이의 동영상 형식)에서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이들 행보에 언제나 박수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은 각종 '선을 넘는' OTT 예능프로그램들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영상 캡처넷플릭스 영상 캡처'피지컬: 100'은 지난 3·4회 선공개 영상에서 보디빌더 춘리와 박형근 격투기 선수의 일대일 대결로 '성대결' 논란을 낳았다. 이 '성대결'이란 단어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애초에 박 선수가 춘리를 '여자이기 때문에' 선택한 점, 성별 무관하게 체급 차이가 확연함에도 대결이 성사됐고, 명치 쪽 급소를 노려 제압한 점 등을 두고 과연 해당 경기가 '공정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피지컬: 100'은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넣은 설정값이 작동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통상 이 같은 종목들의 규정을 보면 체급에 따라 경기가 진행된다. 물리적 차이에 따른 불공정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피지컬: 100'은 누구나 공정한 대결을 위해 '모든 제한'을 없앴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공정을 불러왔다는 역설이다.

당연히 이 제한이 사라지면서 '피지컬: 100'의 드라마는 더욱 강화됐다.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반전 승리를 거두거나, 상대적 '약자'가 '강자'를 지목해 결과와 상관없이 값진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선택권을 가진 대다수 참가자들은 자신과 비등하거나 아니면 더 강한 상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춘리와 박 선수의 대결은 이런 흐름의 '대척점'에 있었고, '강자가 약자를 지목해 예상대로 승리했다'는 뻔한 드라마에 일부 시청자들이 반발하면서 '무제한 대결'의 부작용을 드러냈다. 이는 현실까지 이어져 춘리는 성희롱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고소를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피지컬: 100' 장호기 PD는 관련 질문을 받고 "모든 분들에게 큰 개념(구분 없이 진행되는 경기)에 대한 설명 후 동의를 받은 분에 한해서 출연을 한 거다. 사실 경기는 언제든 포기하거나 피할 수도 있었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최근에 있었던 신체 부위 관련 악플(악성 댓글)은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도 춘리 선수 목소리나 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제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쿠팡플레이 영상 캡처쿠팡플레이 영상 캡처'SNL 코리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반 MZ세대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호평 받았던 'MZ 오피스'는 점점 '무개념' 사회 초년생들, 그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들 풍자에만 치중해 청년비하적이면서도 성차별적이라는 비판까지 뒤따랐다.

물론 '남초'와 '여초' 직장의 차이를 그리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남초' 직장이나 '남직원'은 보통 다소 둔하지만 무난하고, 불만이 없으며 늘 사표를 간직하고 다니는 '짠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반면 '여초' 직장이나 '여직원'은 눈치가 빠르지만 기싸움이 난무하고 불만이 많으며 민폐를 끼치는 '얄미운' 캐릭터들로 그려진다. 'MZ 오피스' 외에 다른 코너에서도 소위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시대착오적 프레임이 난무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패러디하면서 학교 폭력(이하 학폭) 피해자 팔에 고데기 열을 체크하는 장면을 고데기로 쥐포를 익히는 장면으로 뒤바꿔 학폭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장면이 실제 일어난 사건을 따왔기에 더 거센 비판이 일었다.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3명이 동급생 한 명을 폭행한 사건인데 당시 피해자는 고데기 온도를 체크하겠단 명목으로 팔에 화상을 입었다.

학폭의 사회적 심각성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실제 피해자가 있는 사례를 개그 소재로 쓸 수 있느냐는 반문이 이어졌다. 학폭 피해자 입장에서 이런 패러디를 보면서 받게 될 상처 역시 우려를 낳았다.

상대적으로 정치·사회 풍자보다는 특정 세대나 성별 풍자, 그리고 인기 콘텐츠 패러디가 체감상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내기 수월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방향성에 있다. '풍자'는 부정적 현실이나 모순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우스꽝스럽게 나타낸다. 그 대상은 주로 현실의 '권력'이며 이를 뒤엎어 카타르시스를 획득한다.

그런데 청년·여성·학폭 피해자는 현실의 '권력'이 아니라 오히려 '비주류·비기득권' 범위에 속한다. 그렇기에 이들을 왜곡하거나 우스꽝스럽게 그릴 때 위화감·불쾌감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 해당 집단에 속한 당사자들은 더욱 그렇다.

설상가상, 이런 풍자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될수록 특정 세대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성도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통해 또 다른 혐오나 편견이 생산된다면 이제부터는 책임과 고민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내용 심의·규제가 미비한 OTT 콘텐츠가 이런 부작용에 더욱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일단 방송사라면 자체 심의 차원에서 한 번 걸러지거나 수정될 설정, 내용이 OTT 플랫폼 예능들에서는 있는 그대로 공개가 된다. 오히려 그런 지점을 더 활용한다. 말초적 자극이라 당연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화제성이 커지고, 인기가 많고, 잘되는 것도 있다. 이를 무시할 수 없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켜온 선'이 쉽게 무너질 수 있고, 서서히 그런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 이를 제재하거나 심의할 기관이나 규정이 없는 게 현실이라 제작진과 플랫폼의 자율적 양심에 맡겨 놓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렇지만 핵심은 이 같은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한국 사회의 정서에 있다. 모두가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주류가 된 '언행불일치'의 시대란 진단이다.
 
윤석진 문화평론가는 "예능식의 '내로남불'인데 이런 콘텐츠들이 상품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계속 생산된다. 지금은 언행불일치, 이율배반의 시대다. 누구나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선택적 정의, 혐오의 정서만 강해졌다. 마치 생존만이 중요한 동물의 왕국과도 같아 이런 프로그램들도 별 문제의식 없이 소비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해진 기준과 전제 자체가 무너지고,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이 고착화된다 해도 '재밌으면 됐다'는 거다. MZ세대에 대한 풍자도 사실 말장난이다. 스스로를 역차별 피해자로 인지하는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정서가 MZ세대 전체의 정서인양 과잉 대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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