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성태 대북송금 자금줄 페이퍼컴퍼니 '비자금 저수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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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쌍방울그룹 횡령 및 배임 혐의 수사
대북송금 자금 나온 다수의 페이퍼컴퍼니
2019년 대표이사 대여금만 216억원 달해
"金 개인 빚, 이자만 매달 수억원" 증언도
'금고지기' 곧 송환…金 비자금 입 열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쌍방울그룹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개인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SPC) 여러 곳과 쌍방울 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북한에 보낸 800만달러는 개인 돈'이라는 김 전 회장 주장과 달리, 김 전 회장이 이들 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북한에 지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이 북에 건넨 800만달러 중 상당액의 자금원을 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쌍방울 계열사나 관계사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주식 및 전환사채(CB)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측에 거액을 건넨 것과 관련해 "비즈니스를 위한 것으로, 개인 돈을 줬다"는 김 전 회장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 연합뉴스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 연합뉴스
검찰은 북측에 보낸 자금이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이 대표로 있는 칼라스홀딩스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명목상 대표인 착한이인베스트 등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에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의 CB 100억원어치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칼라스홀딩스는 2019년 당시 쌍방울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최정점에서 지배력을 행사한 지주사였다. 겉으로는 양 회장 등 4명이 지분을 나눠 가졌지만 역시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칼라스홀딩스의 자금 흐름을 쫓다 보면 여러 페이퍼컴퍼니와 투자조합,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수백억원의 대여금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200만달러와 4월 300만달러, 11월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3차례에 걸쳐 북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500만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300만달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북송금이 이뤄진 시기인 2019년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페이퍼컴퍼니 세 곳(착한이인베스트·칼라스홀딩스·오목대홀딩스)의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은 공개된 것만 2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들 외에 페이퍼컴퍼니나 그룹 계열사가 더 있다고 보고 수사 폭을 넓히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런 '비자금 저수지'를 통해 차입금 형태로 행방이 불분명한 돈을 만들고, 이를 대북사업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전 회장 주변에서는 "개인적으로 진 빚이 많아서 한 달에 이자만 수억원씩 낸다며 (김 전 회장이) 직원들을 다그치고 혼냈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하지만 쌍방울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실질적인 대북사업 진행에는 실패했다. 이화영 전 의원이 킨텍스 사장으로 취임한 후 호텔 및 태양광 설비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이것도 로드맵 단계에서 그쳤다.

다만 2018~2019년 광림이나 나노스 등 쌍방울그룹의 주요 계열사 주가는 대북 사업 호재를 타고 급증했다. 한때 법정관리 상태였던 나노스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고 2019년 상반기까지 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검찰도 이 전 의원 공소장에 "쌍방울은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서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테마주·수혜주로 주가 상승의 이익을 얻었다"고 썼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출신 김모씨도 다음주 초쯤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앞서 김씨는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진행하며 귀국을 미루다 최근 포기하고 검찰에 귀국 의사를 밝혔다.

주 태국 한국대사관은 현지 시각으로 8일 김씨의 여행증명서를 발급했다. 검찰은 태국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김씨의 송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씨는 송환되자마자 수원지검으로 압송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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