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화형 AI(인공지능) 'Chat GPT(챗 GPT)'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AI가 인간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영화나 소설 속의 디스토피아(dystopia)가 현실이 될지 아직 미지수다.
아직 어떤 미래를 그려보기에는 너무 섣부르다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 이미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제 상용화돼 우리 생활을 바꾸기까지 10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사이 주식시장은 닷컴 버블 붕괴를 겪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언제나 미래의 가치를 '선반영'한다. AI 시대의 주도주가 될 것으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의 주가는 올 초 143달러에서 최근 220달러에 육박하며 50%나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1위인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떨까? 또 암호화폐 채굴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당시 엔비디아만 독주했다면, AI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을까?
가상화폐 열풍 수혜 독식한 GPU…엔비디아는 또?
9일 업계에 따르면, AI는 인간의 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잡한 신경망을 그대로 복제해 컴퓨터로 옮긴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AI는 크게 두 가지 기능으로 나뉜다. 첫째는 학습과 추론 기능이다. 여러 가지 계산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이를 '병렬 연산'이라고 한다. 병렬 연산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현재까지 가장 최적화된 장치로 평가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가 엄청난 인기를 끌던 당시 채굴에 GPU가 쓰인 이유도 여기 있다. 채굴은 복잡한 암호화 연산을 대신 수행하고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는 행위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시장 점유율 약 80%로 압도적 1위다. 엔비디아의 GPU 수요 폭발로 제품 가격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급기야 엔비디아는 채굴 전용 GPU를 출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가상화폐 열풍의 주도주이자, AI시대 다시 주목받는 기업인 원인은 결국 'GPU'라는 무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연산 기능에 가장 앞선 것이 GPU"라고 설명했다,
게 섰거라, 메모리 반도체 나가신다
연합뉴스가상화폐 때와 달리 AI 시대에는 GPU만 독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우리 뇌에 연산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AI의 두 번째 기능은 데이터 처리와 저장이다. 주목할 분야는 역시 메모리 반도체다. 그중에서도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PIM(지능형 메모리)가 핵심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는 초당 819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졌다. 풀HD급 영화(1편당 5GB) 163편 분량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3세대 제품과 비교해 속도가 78% 빨라졌다.
HBM3는 엔비디아에 납품 중이다. 또 PIM을 적용해 연산 속도는 최대 16배 빠르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소모가 80% 줄어든 GDDR6도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HBM-PIM을 개발했다. 기존 GPU 가속기보다 성능이 평균 2배 높고 에너지 소모는 절반으로 줄였다. GPU 업계 2위인 AMD 제품에 사용된다.
AI 담는 그릇, 데이터 센터도 확장에도 메모리 반도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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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신경망이 GPU와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만들어졌다면, 이 시스템은 결국 데이터 센터(서버)에 담겨야 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에 챗GPT를 탑재한다. 현재 접근이 가능한 챗GPT의 버전은 3.5로 '폐쇄형'이다. 서버와 연결없이 기존 데이터만으로 미국 △MBA(경영전문대학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의사면허시험 등을 잇달아 통과한 것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4.0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구글도 챗GPT와 경쟁할 AI '바드(Bard)'를 공개했다. 바드는 구글의 언어모델 람다를 기반으로 하는데, 람다는 1370억개의 매개 변수로 학습한 인공지능이다. 반면 챗GPT-3.5는 1750억 개의 매개 변수로 학습한 대형 언어모델이다.
MS와 구글의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AI를 뒷받침할 서버도 필수적이다. 현재 서버용 DDR5 메모리 반도체의 업계 재고는 없다. 따라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를 기반으로 한 서버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AI 시대에 더 늘어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