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유력한 여당 당대표 후보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여성들도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여성 민방위 의무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싹 정리를 해봤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3.8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조태임 >선 기자는 민방위 하셨죠? 민방위가 뭐 하는 겁니까?
◆ 선정수 > 민방위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지도하에 주민이 수행해야 할 방공(防空), 응급적인 방재(防災)ㆍ구조ㆍ복구 및 군사 작전상 필요한 노력 지원 등의 모든 자위적 활동을 말합니다.
◇조태임 >민간방위활동을 줄여서 민방위라고 부르는데, 민방위 교육은 왜 생겨나게 된건가요?
◆ 선정수 > 미리 민방위대를 조직해 놓고 역할을 분담해 훈련을 하고 있다가 긴급상황이 닥치면 침착하게 잘 대응하자 이런 취지입니다.
◇조태임 > 그런데 지금까지 민방위대원은 남성들만 의무적으로 편성되도록 돼 있는 것이었죠?
◆ 선정수 > 네. 20세부터 40세까지 남성 국민들은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도록 돼 있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 예비군, 학생 등 예외 대상도 있습니다. 여성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조태임 > 그런데 김기현 의원이 여성들도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이 되도록 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거군요. 이유가 뭔가요?
◆ 선정수 > 김 의원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재난에 대한 예방·대비 및 대응 등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여 인명구조, 진화·수방 및 그 밖의 응급조치, 피해시설의 응급복구, 기타 구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SNS 캡처◇조태임 > 여성들이 재난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라면 나쁠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반발도 만만치 않죠? 반대하는 쪽은 어떤 이유로 반대를 하는 건가요?
◆ 선정수 >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전쟁국면으로 사회를 이끌려는 윤정부의 의도를 반영한 위험한 행보다. 또한 지지율이 떨어지면 들고 나와 반등을 꾀하는 '여가부 폐지'의 국방 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국민의 안전은 뒤로한 채 전쟁을 부추기고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을 겨냥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은 참담하다. 정부와 여당은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한 고민을 제발 시작하라"고 지적합니다.
◇조태임 > 권인숙 의원도 무작정 반대만 한 건 아니잖아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권 의원은 "예기치 않은 각종 재난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민방위 대상에 여성의 포함 여부는 필요하다면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포함해 국가의 재난안전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기현 의원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여성의 민방위 의무화를 기본군사교육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성계는 이런 시도가 결국 여성징병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계하는 겁니다. 김 의원은 여러 차례 여성 예비군 의무화, 여성징병제 논의 시작 등을 주장했기 때문이죠.
◇조태임 > 그런 맥락이 숨어있군요. 그런데 이미 여성 민방위 대원들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 선정수 > 네 여성들도 지원해서 민방위 대원이 될 수 있는 법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여성 민방위 대원은 전국적으로 5100명 정도로 집계됩니다.
◇조태임 > 5100명이면 꽤 많네요. 어떤 분들이 여성 민방위 대원으로 활동하시는 걸까요?
◆ 선정수 > 주로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봉사정신이 투철하신 분들인데요. 전직 통장으로 활동하셨던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선 여성 민방위대를 꾸려서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하구요.
◇조태임 > 여성 민방위 대원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되나요?
◆ 선정수 > 여성 민방위 대원들도 교육 훈련에 참여합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32조)은 지원 대원에 대한 교육과목과 내용을 일반 대원과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선 시군구는 별도의 교육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지원(여성) 민방위 대원에 대한 교육 내용으로는 ▲민방위 시설장비 점검, 재난·안전 위험지역 예찰활동 등 지역사회 안전지킴이 역할 ▲민방위 사태 시에는 현장수습·복구 초기대응 및 신속대처를 위한 자발적 지원역할 수행 ▲내 주변 소화기·소화전·비상대피시설·비상탈출구 위치 확인, 완강기 사용법, 비상대피실·공동주택 경량칸막이 비상탈출법 등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 앱 소개 및 설치·활용법 등을 정하고 있습니다.
◇조태임 > 긴급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알아둬야 하는 것들을 알 수 있겠네요. 현재는 의무는 아니니까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네, 현행법상 지원 대원들은 민방위 대원이 된 날부터 1년이 지났을 때 또는 생업에 지장이 있거나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신청에 의해서 편성에서 제외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기현 의원 개정안처럼 여성 민방위 대원이 의무화되면 임의로 그만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성 민방위 대원이 임신을 하거나 유산, 사산했을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편성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놨습니다.
◇조태임 > 남자 민방위 대원들은 교육 빠지면 과태료 내고 그러지 않나요? 그럼 여자들도 의무화되면 마찬가지로 훈련 불참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겠군요?
◆ 선정수 > 현행법상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면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고, 불참하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일반 대원들은 1~2년차에 연간 4시간, 3~4년차에 연간 2시간, 5년차 이상이면 연간 1시간 교육을 받습니다.
현재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된 여성 대원들은 시군구 자체 계획에 따라 워크숍 등의 형태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여성 민방위 의무화가 실행되면 남성 대원과 동일한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태임 > 해외사례는 어떤가요? 여성 민방위 의무화가 돼 있는 나라가 있나요?
◆ 선정수 > 해외 여러나라들이 민방위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대만 등이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16~70세 남녀, 덴마크 16~65세 남녀, 이스라엘 16~62세 남자, 17~50세 여자, 대만 16~65세 남자, 16~35세 여자로 정해져 있습니다.
2022년 민방위 표준교재.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캡처 ◇조태임 > 생각보다 꽤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도 민방위 의무를 지는데, 다른나라 사례는 남녀 뿐 아니라 연령폭도 굉장히 넓네요. 그런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 선정수 > 당장은 어려워 보입니다.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여성 민방위 의무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구요. 다음 총선에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없지는 않죠. 그런데 워낙 젊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엇갈리고 있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태임 > '남성 표심을 잡으려다 여성 표심이 떠나버릴 우려가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 선정수 >그래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기 위해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득표력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당내용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태임 > 선 기자는 여성 민방위 의무화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선정수 >선정수: 여성들도 재난 또는 전시상황에 대비해 교육훈련을 받아야 된다고 봅니다.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대피장소 숙지, 긴급상황시 행동요령 이런 것들은 꼭 알아둬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그게 꼭 민방위 의무화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유치원에서도 재난대비 대피훈련을 하고 있거든요. 이걸 조금 확대해서 꼭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고 대응 요령을 반복 숙달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걸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서 배우게 할거냐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 종로구 운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조태임 > 재난 안전 대비를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공감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이슈가 선거를 앞두고 나오다보니 더 논란을 산 것 아닌가 싶네요. 지금까지 모아모아팩트체크 선정수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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