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약탈됐다 다시 밀반입' 문화재…항소심 "우리 소유권 인정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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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법원종합청사. 김정남 기자대전법원종합청사. 김정남 기자
절도단에 의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고려시대 불상의 소유권을 가리는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우리나라 사찰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박선준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인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인 부석사가 불상이 제작됐던 곳과 같은 곳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일본 민법에 따라 불상이 있던 일본 사찰 측의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왜구'에 약탈됐다 '절도단'에 의해 우리나라에…7년째 소유권 재판


지난 2012년 일본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절도단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불상이 과거 왜구에 약탈당한 고려시대 불상으로 추정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재판이 시작됐다.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불상을 원고의 소유로 추정할 수 있고, 과거에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 사찰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부석사에 불상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관세음보살좌상. 김미성 기자관세음보살좌상. 김미성 기자

"불상 제작된 '서주 부석사'와 현 부석사 같은 곳으로 보기에 부족"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불상이 제작된 '1330년경의 서주 부석사'와 지금의 서산 부석사를 같은 곳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330년경 서주 부석사가 이 불상을 제작함으로써 원시 취득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서주 부석사의 인적·물적 요소가 원고에 이르기까지 동일성·연속성을 갖고 유지돼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간논지 측도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나서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사찰 창건자(종관)가 적법하게 받은 불상이고, 간논지가 일정 기간 문제없이 소유해온 만큼 법상 일본 간논지 측 소유권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본 사찰이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점유…취득 시효 완성"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일본 사찰 측의 주장에 성립되는 면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을 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며 "간논지가 법인으로 성립된 1953년부터 불상이 절취 당하기 전까지 이 사건 불상을 점유했음이 증명됐으므로 취득 시효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관이 적법하게 받았다는 점에 대해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취득 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사법상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해야 하는 민사 소송에서 국외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에 관한 논의는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이념 및 문화재 환수에 관한 협약 등의 취지를 고려해 이 사건 불상의 반환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석사 측 "상고할 것…서주 부석사와의 동일성 부정 받아들일 수 없어"

부석사 관계자들이 관세음보살좌상을 살펴보고 있다. 김미성 기자부석사 관계자들이 관세음보살좌상을 살펴보고 있다. 김미성 기자

부석사 측은 상고할 뜻을 밝혔다. 부석사 측 원우스님은 "재판부가 장기간 심사숙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 용기 있는 대한민국의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사는 "현재의 부석사가 불상을 제작한 부석사와 동일한 사찰인지 인정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간 수많은 입증 자료들을 제출해왔는데 소송 대리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논거"라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상고 이유를 제시해서 상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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