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강 한파에 역대급 '난방비 폭탄'까지…덜덜 떠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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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강의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난방비 폭탄'을 맞은 고지서를 쥔 서민들은 한숨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주거취약계층의 서민들은 난방비 부담에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보일러 난방 시설도 마련되지 않아 연탄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실내에서 겉옷 3~4겹씩 껴입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시시설도 난방비 인상에 걱정입니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오른 인상폭이 더 커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4배 이상 오른 난방비 고지서에 '한숨'
"난방비 부담에 전기장판으로 대체"
아동센터 "54만 원에서 114만 원으로…'폭탄' 맞다"
정부 지원 있지만 난방비 인상폭이 더 커

난방비가 평소보다 4배 이상 올랐다며 고지서를 보여주는 이씨. 박희영 기자난방비가 평소보다 4배 이상 올랐다며 고지서를 보여주는 이씨. 박희영 기자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이모(44)씨는 최근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환장할 지경"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난방비가 평소보다 4배 이상 더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겨울에 많이 나와봐야 3만 원이나 나왔던 난방비가 이번에 13만 원이 나왔다"며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도 사용하는데 이렇게나 나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최강의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시설도 크게 오른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난방비가 급등했는데 한파가 닥치자 걱정이 현실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인근에는 장갑과 목도리, 귀마개 등을 장착하고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추위를 견디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상도동에서 만난 70대 건물 청소 미화원 김모씨도 급격히 오른 난방비 걱정을 호소했다. 김씨는 "원래 10만 원도 안 나오는 것이 이번에는 17만 원 정도 나왔다"며 "(난방을) 매번 떼는 것도 아니고 추울 때 잠깐씩 떼는 것인데도 이 정도다. 추워도 난방을 못 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과 화장실 청소를 하려면 물을 써야 하는데 (따듯한 물이 안 나오고) 워낙 추우니까 겨울에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성대시장에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는 김순자(63)씨는 "보통 혼자 사니까 (난방비가) 3만~4만 원 정도 나왔는데 (이번에는) 10만 원 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목욕도 마음대로 못 하고 있다. 너무 춥고 낡은 집이라 목욕탕에 가서야 씻는다"며 "여기서 난방비가 더 오를 수 있다니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상도동 인근 목욕탕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노인 이용객이 20~30%가량 늘었다고 한다.

난방비 급등의 원인으로는 연이은 가스요금 인상이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환율 상승 여파로 천연가스 수입 단가가 치솟자 정부는 지난해 4차례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전년 동기 대비 38.4%)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가 몰아치자 난방 사용이 늘면서 체감 인상 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파가 몰아친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양형욱 기자한파가 몰아친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양형욱 기자
보일러 시설마저 없어서 연탄을 사용하는 빈민층은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대부분 연탄난로를 사용하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패딩 조끼에 겉옷 3~4겹씩 입고 생활할 정도였다. 연탄난로를 켜도 아침에는 집안 온도가 7도 수준이었다.

백사마을 주민 김후임(65)씨는 "자식들이 선물해준 충전용 핫팩을 켜고 잠바를 입은 채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잔다"며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연탄 한 장에 850원인데 하루에 연탄 12장이 쓰인다. 외려 집에서 보일러 트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난방비를 우려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배달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작년 이맘때 관리비가 20만 원 중반 정도 나왔는데 지난달에는 40만 원이 넘었다. 특히 난방비 오른 것이 컸다"는 글이 게시됐다.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이용료는 줄고 식비 등 물가는 오르니 먹고 살기 힘들다"며 호응했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난방비가 많이 나와서 이제 난방을 틀지 않고 침낭으로 지내려고 한다. '가성비' 좋은 침낭을 추천해주길 바란다"는 내용도 올라왔다.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시설도 난방비 걱정은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이 늘었다지만 그보다 오른 난방비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은평구지역아동센터 김명자 센터장은 "작년 이맘때 54만2천원 정도 고지서 금액이 나왔는데 올해는 117만7천원이 나와서 2배 이상 올랐다. '난방비 폭탄'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문제집이나 살림살이를 하려면 여러 곳에 돈을 써야 하는데 그걸 몽땅 털어서 가스비에 써야 하니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최선숙 사무총장은 "올해 서울, 경기는 전기료 등 사회복지 감면 혜택이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작년 대비해서 난방비 고지서 금액이 엄청 늘어서 거의 50% 이상 증가한 것 같다. 국가에서 조금 지원해주긴 했지만 부족한 부분은 다시 운영비에서 투입해서 써야 하니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노인정을 이용한 정성희(70)씨는 "회장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아끼라고 했다"며 "보통 계속 난방을 켜놓고 있는데 지금은 타이머 맞춰놓고 껐다 켰다 한다"고 말했다.

실내 희망온도가 17도로 설정된 영등포구 쪽방촌 한 거주지. 박희영 기자실내 희망온도가 17도로 설정된 영등포구 쪽방촌 한 거주지. 박희영 기자
정부는 인상된 난방비 부담에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취약계층 가구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해 2021년 연간 12만7천원에서 올해 19만2천원으로 확대했다. 또 저소득층 공공요금을 일부 깎아주는 감면 제도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저소득층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원 정책 대상자들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주로 고령인 이들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 83만214가구 중 6.6%인 4만5323가구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감면 제도도 작년에만 40만 가구 이상이 가스와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못 받았다.

상도동 건물 청소 미화원 김씨는 "주변에서는 정부가 난방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정책이 있는지도 모른다. 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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