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데뷔한 5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뉴진스. 뉴진스 공식 트위터멤버 소개 티저도 없이 뮤직비디오 공개, 트리플 타이틀 활동 등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이를 모두 성공시킨 신인 걸그룹 뉴진스가 데뷔 6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가 지난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1월 21일자)에 따르면, 뉴진스의 첫 싱글 앨범 수록곡인 '디토'(Ditto)는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96위를 차지했다. 4세대로 분류되는 아이돌 가운데 '핫 100'에 든 것은 뉴진스가 처음이며, K팝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기간에 빌보드 '핫 100'에 입성했다는 의의도 있다.
'핫 100'에 진입하지 못한 25개 곡의 순위를 매기는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에 지난 7일 14위로 진입한 '디토'는 14일자 차트에서 8위에 올라, '핫 100 진입'은 사실상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빌보드 내 다른 차트에서는 먼저 반응이 왔다. '디토'는 지난달 31일자 차트에서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와 지역 스트리밍·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내는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각각 36위, 17위였다.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부문에서는 5위였다.
뉴진스는 4세대 아이돌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어도어 제공순위는 차츰 상승했다. '디토'는 1월 7일자 '빌보드 글로벌 200',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각각 26위, 11위, 4위였다. 1월 14일자 '빌보드 글로벌 200' 8위,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4위를 차지함으로써 자체 최고 순위에 올랐다. 이번 주에는 같은 차트에서 각각 9위, 5위였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진스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해외에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있었다. 이번 '핫 100' 96위는 (이들을 향한) 해외의 관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앨범을 두 장 냈고 활동기간이 짧은 뉴진스가 영어 노래가 아닌 곡으로 아직 이렇다 할 글로벌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데도 ('핫 100'에) 올라간 것"이라며 "뉴진스가 한국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20~30대가 공감할 만한 문화 요소를 거부감 없이 잘 녹여내서라고 본다. 이런 스타일이 미국이나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먹힐지는 모르지만 (이번 진입은) 긍정적인 반응이 반영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한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96위보다) 높은 성적을 기대한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신인 그룹이 '핫 100'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더 인지도가 쌓이고 그때 새 앨범을 내면 더 좋은 반응이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빌보드 홈페이지 캡처빌보드는 지난 18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Hot 100 First-Timers: NewJeans Debut With Global Smash 'Ditto')를 통해 뉴진스를 두고 "뉴진스는 빌보드 차트에서 신인일 뿐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완전한 신인"이라고 소개했다.
빌보드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집계 기간에 미국 내 스트리밍이 62% 증가해 강세로 ('핫 100')에 진입했다"라고 보도하며 특히 틱톡에서 선전한 것을 인기 요인으로 들었다. 빌보드는 "('디토'는) 지금까지 거의 30만 개 틱톡 클립에 쓰였다. 이 점이 노래 인기를 높이는 큰 요인이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북미 시장에서는 틱톡이 지배적인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은 지 굉장히 오래됐고, 단순히 어떤 노래를 유행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 장르까지 흥하게 하는 플랫폼이 됐다. 뉴진스는 데뷔했을 때부터 틱톡을 굉장히 잘 활용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이프 보이'(Hype Boy)도 그렇고 이번 '디토'도 틱톡을 통해 존재감을 넓혀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디토'는 'OMG'(오엠지) 앨범 수록곡으로, 지난달 19일 선공개된 곡이다. 뉴진스의 겨울을 함축한, 몽환적이면서도 독특한 허밍으로 시작하는 곡은 따뜻하고 포근한 콰이어 패드 사운드와 클래시컬한 올드스쿨 드럼 브레이크가 매력적이다.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 장르를 뉴진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했으며, 음악과 뮤직비디오 모두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향수를 자극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뉴진스 혜인, 민지, 해린, 다니엘, 하니. 뉴진스 공식 트위터김 평론가는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 장르에 관해 "굉장히 과격하고 드럼 비트가 잘게 쪼개진 전자음악 종류"라며 "'디토'를 들어보면 탑 라인은 평온하고 차분하게 가지만 박자가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2022년에 떠오른 장르였는데, '디토'를 프로듀싱한 250이 이 장르에 관심 있다고 하기도 했다. 뉴진스가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혀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나온 타이틀곡 'OMG'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OMG'는 1월 14일자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30위, 19위로 데뷔했고 최신 차트(1월 21일자)에서는 각각 20계단, 12계단 상승해 10위, 7위에 랭크됐다. '핫 100'에 진입하지 못한 곡의 순위를 매긴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해,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핫 100' 진입곡 추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를 통해 지난 19일 CBS노컷뉴스에 '핫 100' 진입 소감을 밝혔다. 다니엘은 "어릴 때부터 빌보드 '핫 100'에 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혜인은 "언어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지역에 계신 리스너 분들께서 저희 노래들을 듣고 좋아해 주신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니는 "'디토'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연결돼있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라며 "'디토'를 통해 사람들이 힐링이나 위로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민지는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음악들로 보답 드리고 싶다"라고, 해린은 "앞으로도 저희 뉴진스만의 색깔을 잘 이어가며 계속 듣고 싶은 노래를 들려드리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