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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내돈내받' 프레임은 오해…"부과대상 넓히고 국고 투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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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재정추계 이달 발표…관심사는 '얼마나 더 내고 얼마 받나'
남찬섭 교수 "연금은 민간보험과 달라…집합적 노후 부양 수단"
기금은 쌓아두는 게 능사?…전문가 "현금화하려면 더 까다로워"
정세은 교수 "보험료 대폭 인상 시 기금은 과다化, 소비 더 위축"
"보장성 강화 전제 인상하되 상한선 둬야…부족하면 국고 투입"
기금소진 시점, 4차와 비슷할 듯…"여성·노인 경활률, 출산율 올려야"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의 한 축인 연금개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민연금 소진 시점을 가늠하기 위한 정부의 5차 재정추계는 당초 예정된 3월에서 두 달 더 당겨져 이달 중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개혁안(案)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일반 국민 대다수의 궁금증은 '그래서 (내가) 얼마를 더 내고,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것이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지는 재정추계로는 지난 2018년 4차 시산 당시 오는 2057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보장성 강화'보다 '재정 안정화론'이 더 힘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더 내는' 쪽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모인 상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내돈내받'(내 돈 내고, 내가 돌려받는다)으로만 여기다 보면 연금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 참여 중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진행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간담회에서 이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낸 돈을 원금으로 해서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 게 연금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내가' 받는 게 아니란 뜻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보면 (국민연금은) 언제나 생산세대가 퇴직세대에게 GDP(국내총생산) 일부를 배분하는 행위라는 거죠."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주최한 연금개혁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지 기자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주최한 연금개혁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지 기자 남 교수는 국민연금이 지금의 소비를 참고 노후로 연기시켜 받는 개인적 보상의 개념으로 간주되는 데엔 오해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GDP 일부를 보험료로 걷어 잘 운용한 수익을 붙여 돌려주는 돈이라면, 공적 연금이 아니라 민간보험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가 내린 연금의 올바른 정의는 '집합적 노후 부양 수단'이다.
 
애초에 '연금이 왜 생겼나'로 거슬러 올라가야 사고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남 교수의 생각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자본주의의 안착이다. 그 전까지 극소수 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을 넘어가며 일정 연령에 이르면 일을 중단하는 '퇴직'이 필요하다는 발상이 나왔고, 먼저 이 주장을 내놓은 쪽은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회사들은 기계 작동속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의 노동자들이 부담스러워졌다. 퇴사를 저어하는 피고용자와 고용주 사이 실랑이 끝에 2차 세계대전 후 공적연금이 제도화되면서, 비로소 퇴직제도가 도입될 수 있었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더 일할 의사도, 능력도 있는 이들을 내보내게 되자 2가지 변화가 뒤따랐다. 인위적으로 양산된 퇴직세대의 부양 필요성,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일괄 '65세'로 정해진 노인의 기준이다. 남 교수는 "여기엔 어떠한 생물학적 근거도 없다"며 "이 연령 기준은 고정 불변이 아니다. 변할 수 있고, (앞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금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소규모인 '부과 방식'과 기금을 넉넉히 쌓아둔 '기금적립방식'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짚었다. 기금은 현금이 아닌 주식·부동산 등으로 존재하기에 투자 등을 하려면 생산세대가 낸 돈으로 자산을 매입해야 하고, 기금이 부족하면 이들이 낸 보험료로 충당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얘기다. 어느 쪽이 젊은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지는 퇴직세대와 생산세대의 상대적 크기, 후자의 생산성이 결정한다.
 
한국은 매달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기금으로 적립해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려 확정된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남 교수는 기금이 많으면 무조건 긍정적이라 보는 인식도 오해라고 밝혔다. 되레 그 당시의 환율·이자·물가를 반영해 금융자산을 현금화하는 관리절차가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연금기금의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 절대액 기준으로 지난 2020년 기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다. GDP 대비 공적연기금 적립 비율 또한 45.1%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다. 비교적 높다고 하는 일본(33.0%), 핀란드(33.6%), 스웨덴(31.8%) 등도 우리나라에는 못 미친다.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정 교수는 "(기금을) 쌓더라도 어느 단계에선 털어서 (현금으로) 써야 한다. 보험료율을 두 배 올려 기금을 쌓는다 하면 기금은 과도해지고 경제 불안정성은 커진다"라며 "지금도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고들 하는데 이걸 (재정 안정성을 위해) 2~3배 올리게 되면 현재의 소비를 너무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금은 기금이 중요하지만, 현 세대에게 걷어 은퇴세대에 주는 부과식 공적연금은 '예비적 차원'에서 소규모 완충기금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갑자기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등 보험료 수입이 충분치 않을 때를 대비해서다.
 
기금이 소진되면 미래세대는 '월급의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부과방식비용률을 보험료율로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과방식이용률은 생산인구의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월 상한 553만원)을 분모, 은퇴계층이 받는 연금급여액을 분자로 두고 환산한 수치다. 정 교수는 "부과방식이용률은 현 국민연금 제도가 변하지 않고 이를 '완전부과식'으로 운영한다는 가정 하에 생산인구에게서 보험료를 얼마나 걷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론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4차 재정계산 결과를 인용해 2080년대 연금급여액은 GDP의 9.4% 정도라고 짚었다. 현행 보험료율을 적용하면 기금 고갈 후 매년 적자규모는 GDP 대비 6.6%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인용한 공적연금 지출의 GDP(국내총생산) 대비율 추정치(2020~2060).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인용한 공적연금 지출의 GDP(국내총생산) 대비율 추정치(2020~2060).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 그는 "다른 연금을 합친 총 연금도 GDP 대비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부과방식비용률이 높은 이유는 보험료 부과 소득이 미래에도 여전히 너무 낮기 때문"이라며 "자본소득은 아예 빠져 있고, 자영업자 소득은 잘 잡히지 않으며, 근로소득은 상한선이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미래에도 국민 소득 30%에만 노인 부양을 전적으로 부담지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때 흔히 도출되는 답안은 '보혐료 인상'이다. 정 교수는 보장성 강화를 전제로 한 인상에 찬성하면서도 "보험료를 빠르게 올리거나 무한정 올리는 것은 가계경제를 어렵게 하고 기업의 고용 회피를 유발한다. 보험료를 서서히 올리되 상한선을 둬야 한다"며 "부족분(分)은 국고 투입이 필요하고 그것이 올바른 개혁 방법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프랑스 같은 경우 특별한 목적세를 걷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금 문제가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추계 자체가 매우 제한적인 근거로 산출되는 통계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향후 70년 동안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보수적 가정을 고정시켜 전망한 결과다. 경제성장률은 모든 것이 합쳐져 결정되는데, 알 수 없는 미래를 추정하는 핵심은 인구"라며 "출생률은 현재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 전망한다. 5차까지 과거 가정을 보면 상당히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한국의 초저출산을 방치하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라고도 했다.
 
이에 더해 65세 이후 고령층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인구 감소를 보완할 생산성의 증가는 없다고 못박은 가정도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연금 재정은 생산인구가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을수록 튼튼해진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고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한다면 단기적으로도 국민연금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 출생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재정 문제는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5차 재정추계로 기금 소진연도가 더 빨라질 거라 내다보면서도 차이는 '1~2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남찬섭 교수도 "연금제도 도입 당시엔 수명이나 경제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요즘은 입직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고 평균 수명은 많이 늘다 보니 퇴직 후 노후기간이 늘었다"며 "결국 이건 공적 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재정 고갈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일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일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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