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더 글로리' 인기가 조명한 이슈…쪼개기·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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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학폭 가해자 복수극 그린 '더 글로리', 비영어권 TV 드라마 1위 오르며 화제
총 8부작 파트 1 공개 후 오는 3월 파트 2 공개 예정
'쪼개기' 공개에 시청자들 사이 불만 제기되기도
'종이의 집' 한국판 때와 다른 반응…작품의 인기·화제성에 '쪼개기' 역시 이슈화
학폭 심각성과 피해자 어루만진 내용에 국내외 학폭 문제 재조명
태국에서는 배우들이 공개 사과 나서…'타이 더 글로리' 캠페인 통해 반성 촉구하기도
"사회적 인식 재고·담론 형성 등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바람직한 역할 수행"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지금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나는 너의 오랜 소문이 될 거거든." _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문동은의 대사 중에서
 
끔찍한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인생을 걸고 가해자들을 향해 차갑고, 철저하게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에 전 세계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복수의 끝을 목격하고 싶은 시청자에게 '쪼개기' 공개는 참을 수 없는 기다림이 됐고, 동은을 통해 고발된 '학교 폭력'의 민낯은 가해자들의 사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더 글로리'(감독 안길호, 극본 김은숙)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TOP) 10 TV(비영어) 부문 3위 오른 데 이어 62개국에서 톱 10안에 들며 공개 첫 주만에 글로벌 정상(1월 2~8일 집계 기준)에 올랐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현재 파트 1에 해당하는 8개 서비스가 공개 중이다.
 
김은숙 작가는 '엄마는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아플 것 같아?'라는 딸의 질문에서 작품을 시작했다. 또한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동은의 명확하고도 정교하게 닦인 복수의 길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자 했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복수극의 방식으로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 낸 '더 글로리'의 장점에 관해 미국 매체 레저바이트는 "가해자들이 불쌍하게 그려지는 몇몇 다른 복수극과 다르게 피해자의 복수를 꺼림칙하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 10 TV(비영어)에서 1위에 오른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글로벌 톱(TOP) 10 TV(비영어)에서 1위에 오른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흥행 예상작 '락인 전략'…'더 글로리' 인기에 기존 '쪼개기' 불만 ↑

 
이처럼 복수를 결심한 심정과 과정, 그리고 학폭이라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소재와 메시지를 잘 만든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한 '더 글로리'에 전 세계 시청자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더 글로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넷플릭스가 파트 2를 오는 3월 공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쪼개기' 공개로 인해 동은의 복수극을 한달음에 따라갈 수 없게 되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기다림이 터져 나온 것이다.
 
넷플릭스의 쪼개기 공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앞서 넷플릭스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역시 파트 1, 2를 쪼개서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쪼개기 편성의 배경에는 이른바 '락인 전략'(잠금 효과, 현재 이용하고 있는 특정 재화 또는 서비스가 다른 재화 혹은 서비스의 선택을 제한하여 기존에 이용하던 것을 계속 선택하게 되는 현상)이 숨겨져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이러한 '쪼개기' 현상에 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16일 CBS노컷뉴스에 "넷플릭스가 급성장이 끝나서 더 이상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시청자들을 계속 잡아놓기 위해서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일 경우 시차를 벌리려는 것 같다"며 "그러나 연속극처럼 띄엄띄엄 공개하면 넷플릭스의 정체성(몰아보기)이 없어지는 만큼, 절충안으로 타협한 게 두 번에 걸쳐 공개하는 형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 역시 '더 글로리'처럼 파트를 쪼개어 시차를 둔 후 편성했고, 파트 2 공개 전까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됐다. 그러나 분명 같은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한국판 역시 파트를 나눠 시차를 둔 후 공개했지만 '더 글로리'와 같은 대대적인 이슈로까진 번지지 못했다. 여기에는 우선 '더 글로리'의 글로벌 인기라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있다.
 
이처럼 최근 '쪼개기' 논란이 불거져 나오는 현상에 관해 하 평론가는 "'더 글로리'가 워낙 재미가 있으니까 후속편을 빨리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를 원망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이미 완성된 작품의 다음 파트를 공개하는 시간을 3개월가량 너무 길게 잡으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가 쏘아 올린 공…학폭 재조명·가해자 사과

 
'더 글로리'의 인기는 작품 안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로 이어졌다. 그동안 익숙해서 지나치고 있었던 학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태국에서는 학폭 가해자였던 스타들의 사과가 이어졌다.
 
극 중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은 동급생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하는데, 그중에는 가해자들이 동은을 고데기(열로 데우거나 뜨겁게 하여 머리 모양을 다듬는 기구)로 몸에 상처를 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장면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라 17년 전 충북 청주의 한 여중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장면이다. 지난 2006년 당시 피해 여중생은 동급생들에게 20여 일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온몸에 피멍이 든 것은 물론 고데기로 인해 화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경찰에 가해 학생 3명을 고발했고, 주범인 가해 학생 1명은 구속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이처럼 '더 글로리'가 인기를 얻으며 당시 사건은 물론 학폭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번쯤은 겪거나 목격했던 학폭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학교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화되었음을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목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 글로리'가 쏘아 올린 공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됐고, 학폭 가해자의 사과까지 끌어냈다.
 
지난 2016년 데뷔 후부터 불거졌던 태국 배우 파왓 칫사왕디의 학폭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졌고, 결국 파왓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중학교 시절 자폐증을 가진 친구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사과했다. 또 다른 태국 가수 겸 배우 푸티퐁 아사랏타나쿤 역시 과거 친구의 SNS에 남긴 댓글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이 밖에도 태국에서는 SNS를 통해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ry)'라는 캠페인이 벌어지며 학폭 경험담 폭로와 함께 진상 규명과 반성을 촉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의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하 평론가는 "학폭 문제가 굉장히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아이들끼리의 싸움, 스쳐 지나가는 일탈 등 가볍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 전통적 시각과 현재 심각한 학폭 사이에 괴리감과 논란이 있고난 후, 많은 사람이 학폭의 심각성에 경각심을 갖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더 글로리'와 같은 작품이 나오며 학폭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해외에서도 학폭 문제가 있다 보니 태국 등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대중문화 콘텐츠가 사회적인 인식을 재고시키면서 여러 가지 담론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아주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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