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준금리가 작년에 이어 이번 달에도 추가 인상됐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번 주에도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보다 떨어진 예금, 채권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금융당국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의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금리는 연 4.78~7.41%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에는 16일 발표되는 12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소폭 떨어질 것으로 보여 해당 금리 수준도 현재보다 0.1%포인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쪽 시각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예·적금과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은행의 대표적 변동금리 상품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구조 속 최근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코픽스도 동반 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도 앞서 "작년 12월 초 이후 예금금리 하락분은 1월 중순경 발표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예금금리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연 5%선을 뛰어넘었지만, 대출금리의 연쇄적 상승을 우려하며 "인상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한 당국 메시지와도 맞물려 최근 4%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예금금리 외에 은행채 금리의 하락도 대출금리 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각각 주택담보대출 혼합(고정)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로서 작용하는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는 지난 13일 일주일 전에 비해 0.394%포인트, 0.186%포인트 떨어졌다.
황진환 기자
이런 시장금리 변화에 더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급여 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 부수거래에 따른 우대금리를 일부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사실상 인하했다. NH농협은행은 금리상승기 고객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출금리 추가 상승을 견제하는 당국 행보가 통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린 지난 13일 "은행 등에서는 가산금리 조정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이 살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당국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하에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