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재작년부터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상기의 끝이 보인다. 13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의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결과와 현 시점의 경제전망을 근거로 한 이창용 총재 기자회견을 종합하면 앞으로 기준금리는 현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되거나 한 번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미지수다.
기존엔 "인상기조 이어가야"→ 이번엔 "인상 필요성 판단할 것"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한은 금통위는 이날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오히려 세간의 이목은 재작년 8월부터 여태까지 거의 쉼 없이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끝난 것인지 여부에 집중됐다. 이번에 도달한 연 3.50% 수준이 최종금리로 적합하다는 게 직전(작년 11월) 회의에서의 금통위원 다수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통위가 이번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내놓은 결정문엔 "(앞으로)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직전 회의 결정문까지만 해도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시됐었지만, 앞으론 금리를 더 올릴지 고민해보겠다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이냐는 물음표와 관련해 이창용 총재는 변수가 많은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2명이 금리를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으며, 단기(향후 3개월) 경제전망에 근거해 최종금리 적정 수준이 연 3.50%인지, 3.75%인지를 놓고는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금통의견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3.75%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쪽은 미국 기준금리 흐름,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결정문에 포함된 점을 언급하며 "오늘 발표를 '지금부터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경제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며 정책적 약속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은 "인상 사이클 끝"…연내 금리인하 여부로 옮겨간 시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금리인상기가 끝났다는 기대가 시장에 조기에 번지는 걸 차단하려는 모양새지만, 증권가에선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결정문 문구 변화 등을 근거로 "금리인상이 마무리 된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론 한은이) 정책 효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임제혁 연구원 역시 금통위원들 사이에 번지는 인상 신중론 등을 고리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인상 사이클의 마무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시하는 기류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2% 상승률)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그 때가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 중 5% 내외로 나타나다가 점차 낮아져 올해 연간 상승률은 3.6%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작년 11월에 예상했던 1.7%에 못 미칠 것으로 봤다.
다만 이 총재가 '인하는 없다'고 못을 박은 건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국내 물가 흐름에 대해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어떤 면에선 빠르게 목표치에 수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 시점의 물가‧성장 전망이 부합한다면 기준금리를 유지하겠지만, 부합하지 않을 경우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연준의 (금리) 페이스 조정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우리 금리 결정은 국내 상황을 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