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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백기투항' 강요받는 나경원, 잠행하다 "공식 사직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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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도 반려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공식 사직서가 없었다', '아직 나 전 의원에 애정이 있다'는 식으로 나 전 의원에게 다시 공을 넘기는 상황인데, 당내에서는 당대표 출마를 만류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장고 중인 나 전 의원은 12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물밑 기류 파악에 주력하고, 결국 공식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반려와 수리 중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입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애정이 있다' 등의 메시지를 흘리며 나 전 의원에게 다시 공을 넘긴 모양새다. '강도 높은 비난'에서 '애정'으로 태도가 180도 바뀌었지만, 당 대표 출마 뜻을 접으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또렷하게 유지되고 있다. 전날까지 스스로를 '친윤'으로 강조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던 나 전 의원은 12일 공식 일정 없이 물밑 기류 파악에 주력하며 고심을 이어가다 결국 공식 사직서를 제출해 윤 대통령의 정확한 입장을 받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도 입장도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행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의 표명이 아니라 사직서가 있어야 하고 이를 받아본 뒤 대통령이 수리 여부를 정하는 것인데, 정식으로 사직서가 제출되지 않아 관련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나 전 의원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다방면에 사의를 전달했고 윤 대통령도 이를 파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 절차가 사퇴 여부의 관건이 되는 양상은 이례적인 것이다. 사퇴 의사가 공유됐다면, 사직서 제출은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실이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일부 보도를 통해 '나 전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는 대통령실의 기류가 전해지면서, 나 전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 대신 복귀하라는 메시지, 더 정확히는 출마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자장 안에서 정치적 기회를 보장해주겠다는 메시지까지 나왔다는 게 당 안팎의 시선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애정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불출마 하면 살려는 드릴게'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사의를 받아 준다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나 전 의원을 다시 품겠다는 신호를 보내 직접 선택하게 하되, 그럼에도 출마를 할 경우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분석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의원도 "이미 한 차례 갈등으로 당원들의 비토가 심해지고,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전반적인 기류가 약간 변한 것 같다"며 "당대표 출마보다는 부위원장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취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출마 만류 신호가 다시 한 번 나오면서 나 전 의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나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자메시지가 엄청나게 오고 있다.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듣고 고심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력한 인지도 등 나 전 의원이 가진 개인적 경쟁력에 윤핵관과 윤 대통령을 분리해 비친윤계로의 확장성까지 모색할 경우, 당대표 선거에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나오지 말라'는 윤 대통령의 뜻을 저버리는 상황이 나 전 의원에겐 큰 부담이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음에도, 벌써부터 '제2의 유승민', '제2의 이준석' 프레임을 들이대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려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전방위적 움직임이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힘을 싣는 게 아니라 출마 명분만 높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나 전 의원에 대해 기존 평가가 높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최근 벌어진 일련의 불출마 종용 움직임을 두고 "나 전 의원이 4선 중진에 정치적 야망이 있는 사람인데, 백기투항을 강요한다고 바로 무릎 꿇는 모습을 보일 수가 있겠느냐(국민의힘 초선의원)"는 얘기가 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용산이 나 전 의원의 불출마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정치적으로 면을 세워주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줘야 할텐데, 알아서 항복하라는 모습은 사태를 더 키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도 "탄압받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지금 출마 결단을 내리는 것이 맞지, 지금 굽힌다면 어떠한 정치적 미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잊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다른 당권주자들처럼 각종 행사를 찾아 당원과의 접촉면을 늘렸지만, 이날은 공식일정이 없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신년인사회에 "우리 다시 힘을 뭉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의 영상 축사를 보낸 게 다였다. 대통령실과 친윤 주류의 압박에도 불구, 자신은 결코 비윤이 아니라는, 줄곧 발신해온 메시지다.
 
대신 나 전 위원장은 친윤계, 대통령실 인사 등과 물밑접촉을 하며 정확한 기류를 파악하고,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라는 자신의 태도를 설명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 전 의원은 오는 13일 인편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는데, 다시금 윤 대통령의 정확한 의사 판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사직서를 받아든 윤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군말 없이 사표를 받아 출마의 길은 열어줄 수도 있고, 별도의 메시지를 보태 불편함을 드러낼 수도 있으며, 반려 또는 보류하면서 불출마를 바라는 의중을 명시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떠나는 14일이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결정할 일종의 마감시한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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