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글로벌 파급력이 상당한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해당 가능성에 힘을 싣는 낙관론이 번지는 기류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인기 없는 조치'가 필요함을 언급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연설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시장 낙관론에 편승하는 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다.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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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와 의장 발언을 통해 한동안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예고했다. 점도표상 다수의 위원들은 올해 최종금리를 5.00~5.25% 수준으로 제시했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75%포인트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의 의사록엔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물가가 안정된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 기자회견에서 못을 박았던 파월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해서도 사실상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는 것과 같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이런 필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다른 연준 인사들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기준금리를 2분기 초에 5% 위로 올린 뒤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처럼 긴장하지 않는 시장
연합뉴스 그럼에도 시장은 예전처럼 위축되지 않았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0%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01% 뛰었다. 연준의 경고음보다는 월가의 낙관론이 통하는 모양새다. 물가 둔화세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경고대로 '고금리 강경행보'를 올해 내내 이어가긴 못할 것이라는 의심의 시각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9일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시장참가자들은 올해 중 기준금리가 최종 수준에 도달한 뒤 하반기 중에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물시장의 연준 기준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 데이터(11일 기준)를 종합하면, 오는 2월과 3월 FOMC에서 2연속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이뤄져 연 4.75~5.00% 수준으로 최종금리가 형성된 뒤 유지되다가 11월에는 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 불확실" 우려도…한은 최종금리도 '미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런 낙관론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다수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확인된 연준의 경제전망을 보면, 연준은 올해 4분기 코어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5%를 보일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 대비 상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조금 확인된 시점이었음에도 오히려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여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5월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라고 판단되며 인플레이션이나 임금 상승률이 다시 높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좀 더 높고 길게 연장될 위험도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연준과 시장의 인식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단기 변수로는 12일 밤(한국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가 꼽힌다. 시장은 1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해 전월(7.1%)보다 눈에 띄게 둔화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통화정책 방향 역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신년사에서 언급한데다가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벌어진 만큼 이번에도 작년 11월에 이어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7%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현실화 되면 11월 회의에서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 수준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연 3.50%에 도달한다. 다만 이 총재는 이를 "정책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등 변수가 여전히 많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